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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A Engine Note

2. “너는 명리 분석가다”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by 夢遊 2026. 6. 10.

 

[MRA 엔진 노트 흐름]
프롬프트 → 프로토콜 → 데이터/계산 → AI Studio/초기 코드 → 검증/MRA 엔진

현재 위치: 제1부 프롬프트 시대



어느 날의 화면

처음에는 AI에게 역할을 주면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프롬프트 입력창 가장 윗줄에 짧은 문장 하나를 덧붙였다.

너는 사주명리 분석가다.

그 한 줄을 넣자 답변의 분위기는 분명히 달라졌다.
말투가 바뀌었다.
명리(命理) 용어가 늘어났다.
일반적인 조언처럼 보이던 답변이 사주(四柱) 분석문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변화가 꽤 만족스러웠다.
AI가 명리 분석가라는 역할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그 역할에 맞는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크롤을 내리며 문장을 다시 읽다 보니
다른 의문이 생겼다.

명리 분석가처럼 말한다고 해서,
정말 명리 분석가처럼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처럼 보이는 문장과
실제로 판단 순서를 따라가는 것은 같은 일일까.

그때 내 머리를 떠나지 않던 질문

프롬프트를 처음 다룰 때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너는 명리 분석가다.
너는 사주명리 전문가다.
너는 고전 명리의 원리에 따라 분석한다.
너는 자평명리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런 문장을 프롬프트 앞에 붙이면
AI는 금방 그 역할에 맞는 말투를 만들었다.

이 방식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
AI는 더 이상 막연한 위로나 일반적인 조언만 하지 않았다.
신강약(身強弱), 격국(格局), 용신(用神), 대운(大運), 세운(歲運) 같은 용어를 사용했다.
오행(五行)의 균형을 말했고, 십신(十神)의 배치를 설명했으며,
때로는 조후나 통관 같은 표현도 자연스럽게 섞었다.

그러나 문장이 매끄러워질수록
오히려 더 확인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AI가 지금 명리적 판단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명리 판단처럼 보이는 문장을 만들고 있는 것인가.

이 질문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무작정 부딪혀본 기록

그래서 역할 프롬프트를 여러 방식으로 바꿔 보았다.
처음에는 단순했다.

너는 사주명리 분석가다.
아래 명조(命造)를 보고 신강약, 격국, 용신, 대운 흐름을 분석하라.

조금 지나서는 역할을 더 구체적으로 주었다.

너는 고전 명리 이론에 익숙한 사주명리 전문가다.
명조의 구조를 보고 신강약, 격국, 용신, 대운과 세운의 흐름을 차례대로 분석하라.

또 어떤 때는 기준을 더 좁혀 보기도 했다.

너는 자평명리를 기준으로 분석하는 명리 연구자다.
일간(日干)과 월령(月令)을 중심으로 원국(原局)의 구조를 먼저 판단하고,
그 뒤에 격국과 용신 후보를 검토하라.

이렇게 지시를 바꿀 때마다 답변의 결은 달라졌다.
AI는 내가 준 역할에 맞춰 말투를 바꾸었다.

“전문가”라고 하면 더 전문적인 어휘를 사용했고,
“고전 명리”라고 하면 고전적인 표현을 조금 더 섞었다.
“자평명리”라고 하면 일간과 월령의 관계를 더 부각해서 설명하려 했다.

프롬프트 몇 줄로 출력물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역할 프롬프트가
명리 AI의 답변을 조정할 수 있는 꽤 강력한 도구처럼 보였다.

말만 번지르르한 AI 앞에서 느낀 벽

하지만 실험이 반복될수록 한계도 분명해졌다.

역할을 바꾸면 말투는 그럴듯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내부의 판단 절차는 여전히 안정적이지 않았다.

AI는 명리 분석가처럼 말했지만,
항상 월령을 먼저 살피는 것은 아니었다.
전문가처럼 설명했지만,
일간의 힘을 보고, 오행의 세력을 가늠한 뒤,
십신의 배치를 검토하고, 그다음 격국으로 넘어가는 식의 절차를
항상 일정하게 지키지는 않았다.

어떤 답변은 월령을 앞세웠다.
어떤 답변은 십신의 특성을 먼저 말했다.
어떤 답변은 조후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어떤 답변은 원국 판단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운의 흐름으로 빨리 넘어갔다.

겉으로는 모두 명리 분석문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근거가 먼저 작동했는지,
어떤 판단이 더 무겁게 반영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이 지점이 불편했다.
명리를 깊이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읽는다면,
매끄럽고 전문적인 문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쉬웠다.
하지만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다시 물어야 했다.

이 판단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이 말은 실제 계산과 검토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역할 프롬프트에 맞춰 만들어진 문장인가.

그때 알게 되었다.
역할 프롬프트는 AI에게 전문가의 말투를 입혀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역할을 받은 AI가
정말 명리의 판단 순서를 따라가고 있는지는 보장하지 못한다.

생각의 궤도를 수정하다

이때부터 프롬프트를 대하는 시각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AI에게 어떤 역할을 줄 것인가”를 고민했다.
하지만 점차 “AI에게 어떤 절차를 따르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다.
“너는 누구인가”보다
“무엇을, 어떤 순서로 판단할 것인가”가 중요해진 것이다.

명리에서는 서술의 분위기보다 판단의 순서가 중요하다.
일간을 살피지 않고 십신을 말하기 어렵다.
월령을 보지 않고 신강약을 판단하기 어렵다.
원국의 전체 구조를 보지 않고 용신을 단정하기 어렵다.
대운과 세운은 원국 판단이 끝난 뒤에 연결해야 한다.

단순한 역할 부여만으로는 이 순서를 충분히 지켜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프롬프트의 성격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다.

  • 먼저 일간을 확인하라.
  • 월령을 기준으로 계절의 힘을 보라.
  • 득령, 득지, 득세를 나누어 판단하라.
  • 신강약 판단에는 반드시 근거를 붙여라.
  • 격국과 용신은 단정하지 말고 후보로 제시하라.
  • 확실하지 않은 부분은 단정하지 말라.

프롬프트는 더 이상 AI에게 배역을 주는 문장만이 아니었다.
조금씩 명리의 분석 절차를 적어 넣은 지시문으로 바뀌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역할 프롬프트가 완전히 실패한 시도였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분명 쓸모가 있었다.

AI 답변의 기본 톤을 잡아 주었고,
막연한 조언을 명리의 언어 안으로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되었다.
초기 실험에서는 가장 빠르고 직관적인 도구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할 프롬프트는 어디까지나 입구에 가까웠다.
AI에게 “명리 분석가”라는 이름표를 붙이는 것과
AI가 실제로 명리의 판단 절차를 따라가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그 차이를 체감하고 나서야
프롬프트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역할을 주는 문장에서
절차를 요구하는 문장으로.
말투를 조정하는 프롬프트에서
판단 순서를 요구하는 프롬프트로.
이 변화가 나중에 Rulebook Prompt로 이어졌다.

지금 돌아보면,
“너는 명리 분석가다”라는 짧은 문장은
MRA 엔진으로 향하는 길의 첫 문장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문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AI는 전문가처럼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이 실제 판단 절차를 통과했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했다.
엔진의 필요성은 바로 그 불편함 속에서 싹트고 있었다.


부록 A. 역할 프롬프트의 변화

역할 프롬프트는 처음에는 단순하게 AI에게 페르소나를 정해 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실험이 반복되면서 역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A-1. 가장 단순한 역할 부여

너는 사주명리 분석가다.
아래 명조를 보고 신강약, 격국, 용신, 대운 흐름을 분석하라.

당시 의도:

  • AI의 답변을 일반 조언이 아니라 명리 분석문에 가깝게 만들고 싶었다.
  • 신강약, 격국, 용신, 대운 같은 핵심 항목을 빠뜨리지 않게 하려 했다.
  • 명리 용어를 사용하는 전문적인 문장을 얻고 싶었다.

남은 문제:

  • 말투는 명리 분석처럼 바뀌었지만 판단 순서는 불분명했다.
  • 어떤 기준을 먼저 적용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 같은 역할을 주어도 실행 때마다 답변의 강조점이 달라졌다.

다음 변화:

  • 역할만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분석 순서를 함께 적기 시작했다.

A-2. 전문가 역할을 강화한 형태

너는 고전 명리 이론에 익숙한 사주명리 전문가다.
아래 명조의 구조를 보고 신강약, 격국, 용신, 대운과 세운의 흐름을 차례대로 분석하라.
전문적인 명리 용어를 사용하되,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라.

당시 의도:

  • 답변의 깊이를 더 전문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 명리 판단 항목을 빠짐없이 다루게 하려 했다.
  • 독자가 읽기 편한 설명문 형태를 원했다.

남은 문제:

  • “차례대로 분석하라”는 지시가 너무 넓었다.
  • AI가 내부적으로 어떤 순서를 거쳐 종합했는지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 전문적인 문장과 검증 가능한 실제 판단은 여전히 분리되지 않았다.

다음 변화:

  • 포괄적인 지시보다, 쪼개진 단계별 분석 순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넘어갔다.

A-3. 기준을 좁혀 보려 한 형태

너는 자평명리를 기준으로 분석하는 명리 연구자다.
원국의 구조를 먼저 보고, 일간과 월령을 중심으로 신강약을 판단한 뒤,
격국과 용신 후보를 검토하라.
대운과 세운은 원국 판단 이후에 연결하라.

당시 의도:

  • 분석 관점을 자평명리 기준으로 조금 더 좁히고 싶었다.
  • 일간과 월령을 우선순위에 두게 하려 했다.
  • 대운과 세운 해석이 원국 판단을 앞지르지 않게 하려 했다.

남은 문제:

  • 여전히 실제 실행 순서를 추적하고 검증하기 어려웠다.
  • “자평명리 기준”이라는 선언만으로 세부적인 판단 우선순위가 고정되지는 않았다.
  • 단계별 근거 기록은 별도로 요구해야 했다.

다음 변화:

  • 명리 판단 순서 자체를 하나의 규칙집처럼 상세히 적어 강제하는 Rulebook Prompt 방식으로 넘어가게 된다.

노트 한 줄 요약

역할 프롬프트는 AI의 말투를 바꿀 수는 있어도, 올바른 판단 절차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다음 글

다음 글에서는 명리의 판단 순서를 하나의 규칙집처럼 써서 강제하려 했던 Rulebook Prompt의 시도와 한계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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