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천수 지지론 — 합과 충은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흔드는가
사주에서 합(合)을 만나면 좋은 인연을, 충(沖)을 만나면 불안한 변화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서로 합한다고 언제나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고, 서로 충한다고 반드시 손해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필요한 기운을 묶어 놓는 합(合)이 있는가 하면, 방해하던 기운을 덜어 주는 충(沖)도 있습니다.〔3·7〕
같은 자오충(子午沖)이라도 오화(午火)를 지켜야 하는 사주와 자수(子水)를 지켜야 하는 사주에서는 판단이 달라집니다. 어느 쪽이 더 강한지, 충(沖)을 받은 뒤 무엇이 남는지, 그 변화가 필요한지를 함께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7〕
합충(合沖)의 이름을 찾는 일과 그 작용을 해석하는 일은 다릅니다. 관계를 찾았다면 그다음에는 지지(地支) 안의 기운과 그 쓰임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왕쇠(旺衰)와 길흉(吉凶)은 전통 명리학의 해석 개념입니다. 물리적으로 측정한 힘이나 반드시 일어날 미래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적천수 지지론 듣기
가사 전문
1절
양지동차강(陽支動且強) 속달현재상(速達顯災祥) 음지정차전(陰支靜且專) 비태매경년(否泰每經年)
양의지지(陽支) 움직이며 기세(氣勢)또한 강하다네
길한일(吉)도 흉한일(凶)도 그기미가 빨리오네
음의지지(陰支) 고요하며 기운또한 전일(專一)하네
막힘(否)또한 형통(泰)또한 해를거쳐 드러나네
2절
천전유자가(天戰猶自可) 지전급여화(地戰急如火)
천간(天干)끼리 다투어도 지지(地支)뿌리 온전하면
제화(制化)할길 남아있어 그다툼을 풀수있네
지지(地支)끼리 다툴때는 속의장간(藏干) 얽혀있어
뿌리까지 흔들리니 불길처럼 급하다네
3절
합유의불의(合有宜不宜) 합다불위기(合多不爲奇)
기신(忌神)걷고 희신(喜神)도와 이로워진 합(合)도있고
희신(喜神)묶고 기신(忌神)도와 해가되는 합(合)도있네
많은합(合)에 얽매이면 기운흐름 막혀드니
빼어난힘 지녔어도 제쓰임을 펼수없네
4절
생방파동(生方怕動) 고의개(庫宜開) 패지봉충(敗地逢沖) 자세추(仔細推)
생지(生地)에선 장간(藏干)끼리 다투는충(沖) 꺼린다네
고(庫)를열때 용신(用神)뿌리 상한다면 해가되네
패지(敗地)의충(沖) 계절따라 그기세가 달라지니
어느쪽이 왕(旺)한지를 자세하게 헤아리네
5절
지신지이(支神只以) 충위중(沖爲重) 형여천혜(刑與穿兮) 동부동(動不動)
지지(地支)의충(沖) 중히보되 형(刑)과해(害)는 달리보네
형(刑)과해(害)라 부르지만 생(生)과합(合)도 섞여있네
움직일지 잠잠할지 생극(生剋)따라 달라지니
이름만을 앞세우면 그이치를 놓친다네
6절
암충암회(暗沖暗會) 우위희(尤爲喜) 피충아혜(彼沖我兮) 개충기(皆沖起)
운(運)의충(沖)이 넘친기운 덜어내면 이롭다네
운(運)의회합(會合) 약한기운 보태주면 쓰임되네
희신(喜神)으로 나를삼고 기신(忌神)으로 저를삼아
누굴돕고 누굴치나 그에따라 길흉(吉凶)갈려
7절
왕자충쇠(旺者沖衰) 쇠자발(衰者拔) 쇠신충왕(衰神沖旺) 왕신발(旺神發)
왕한기운(旺氣) 쇠(衰)를치면 쇠한뿌리 뽑혀나고
쇠한기운(衰氣) 왕(旺)을치면 왕한기세(旺氣) 일어나네
흉신(凶神)기세 일으키면 도리어더 해가되니
발(發)한다는 말만으로 복(福)을논할 수는없네
아웃트로
지지(地支)속에 품은장간(藏干) 서로다른 기운이네
본기(本氣)부터 헤아리면 생극(生剋)관계 드러나네
같은합(合)도 같은충(沖)도 놓인자리 따라달라
어느기운 살아나고 어느기운 꺾이는가
지지의 겉과 속
사주(四柱)는 태어난 연·월·일·시를 네 기둥으로 적은 것입니다. 각 기둥의 위쪽 글자를 천간(天干), 아래쪽 글자를 지지(地支)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갑인(甲寅)이라는 기둥에서는 갑(甲)이 천간(天干), 인(寅)이 지지(地支)입니다.〔8〕
그런데 인(寅)을 단지 ‘목(木) 하나’로만 생각하면 설명이 자주 막힙니다. 지지(地支)에는 천간(天干)으로 표현하는 여러 기운이 함께 들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지장간(支藏干), 줄여서 장간(藏干)이라고 합니다. 인(寅)에는 갑목(甲木)·병화(丙火)·무토(戊土)가 있고, 그중 인(寅)을 대표하는 본기(本氣)는 갑목(甲木)입니다.〔1·4〕
천간(天干)의 기운이 지지(地支)에 자기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보는 관계는 통근(通根)이라고 합니다. 갑목(甲木)이 인(寅)에 뿌리를 둔다는 말은, 위에 드러난 목(木)의 작용을 아래에서도 받쳐 준다는 뜻입니다. 뿌리는 실제 나무뿌리가 아니라 기운이 버틸 근거를 나타내는 비유입니다.〔1·4〕
또 하나 구별할 것은 힘과 쓰임입니다. 왕쇠(旺衰)는 기운이 얼마나 왕성하거나 쇠약한지를, 희기(喜忌)는 그 기운이 해당 사주에 도움이 되는지 방해가 되는지를 묻습니다. 강한 기운도 방해가 될 수 있고, 약한 기운도 꼭 필요할 수 있습니다.〔7〕
희신(喜神)은 도움이 되는 기운, 기신(忌神)은 방해가 되는 기운입니다. 용신(用神)은 문헌에 따라 뜻과 선정 방식이 다르지만, 임철초(任鐵樵)의 주석에서는 사주의 문제를 풀기 위해 실제로 쓰는 중심 기운이라는 의미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용신(用神)의 뿌리가 상한다’는 말은 단순히 어떤 글자가 충(沖)을 만났다는 뜻이 아니라, 필요한 작용을 받치던 근거가 약해진다는 뜻입니다.〔1·4〕
1. 양지와 음지 — 빠르게 드러나는 움직임과 오래 이어지는 변화
陽支動且強,速達顯災祥。
양지동차강, 속달현재상.
陰支靜且專,否泰每經年。
음지정차전, 비태매경년.
양지(陽支)는 움직임이 강하고 길흉(吉凶)의 드러남이 빠르며, 음지(陰支)는 고요하고 기운이 한결같아 막힘과 풀림이 오랜 시간을 거쳐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원주(原註)는 다음과 같이 지지(地支)의 음양(陰陽)을 나눕니다.〔1〕
| 구분 | 여섯 지지 |
|---|---|
| 양지(陽支) | 자(子)·인(寅)·진(辰)·오(午)·신(申)·술(戌) |
| 음지(陰支) | 축(丑)·묘(卯)·사(巳)·미(未)·유(酉)·해(亥) |
빠르다는 말은 좋다는 말이 아니다
재상(災祥)의 재(災)는 재앙, 상(祥)은 상서로운 일을 뜻합니다. 양지(陽支)의 작용이 빠르다고 할 때에는 좋은 변화와 좋지 않은 변화가 모두 포함됩니다. 양지(陽支)는 좋고 음지(陰支)는 나쁘다는 식의 구분이 아닙니다.〔1〕
비태(否泰)에서 비(否)는 막힘이고 태(泰)는 통함입니다. 이때 否의 독음은 ‘부’가 아니라 ‘비’입니다. 음지(陰支)의 기운이 전일(專一)하다는 표현은 기운이 한 방향으로 이어지는 성질을 말합니다. 음지(陰支)에는 지장간(支藏干)이 반드시 하나만 들어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1〕
경년(經年)은 해를 지나거나 오랜 시간을 거친다는 표현입니다. 그렇다고 양지(陽支)는 며칠 안에, 음지(陰支)는 정확히 일 년 뒤에 결과가 나타난다는 계산식으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원문이 제시한 것은 상대적인 움직임의 성질이지, 사건 날짜를 정하는 별도의 산법이 아닙니다.
자수는 양지인데, 안에는 왜 음간인 계수가 있는가
자(子)는 양지(陽支)이지만 그 중심 기운은 음간(陰干)인 계수(癸水)입니다. 오(午) 역시 양지(陽支)이지만 본기(本氣)는 정화(丁火)입니다. 반대로 사(巳)는 음지(陰支)이지만 병화(丙火)를, 해(亥)는 음지(陰支)이지만 임수(壬水)를 중심으로 씁니다.〔1〕
서로 모순되는 분류가 아닙니다. 지지(地支)라는 자리의 음양과 그 안에서 작용하는 지장간(支藏干)의 음양을 서로 다른 층위에서 구분한 것입니다. 임철초(任鐵樵)는 이를 체(體)와 용(用)의 구별로 설명합니다.〔1〕
따라서 자(子)를 양지(陽支)라고 외웠다고 해서 안의 계수(癸水)를 임수(壬水)로 바꾸어 읽어서는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음지(陰支)라는 이유만으로 실제 세력이 언제나 약하다고 정할 수도 없습니다. 계절과 주변의 생조(生助), 곧 기운을 낳아 주거나 보태 주는 관계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1·7〕
2. 천전과 지전 — 위의 다툼과 아래 뿌리의 흔들림
天戰猶自可,地戰急如火。
천전유자가, 지전급여화.
천간(天干)의 다툼은 아직 다스릴 여지가 있지만, 지지(地支)의 다툼은 불길처럼 급하다는 뜻입니다. 천전(天戰)과 지전(地戰)은 하늘이나 땅에서 벌어지는 실제 전쟁이 아니라, 천간(天干)과 지지(地支)의 기운이 서로 맞서는 모습을 가리킵니다.〔2〕
뿌리가 남아 있으면 다툼을 풀 여지도 남는다
천간(天干)에서는 갑목(甲木)과 경금(庚金), 을목(乙木)과 신금(辛金)이 맞서는 관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경금(庚金)이 갑목(甲木)을 극(剋)하더라도 갑목(甲木)의 뿌리와 도움을 주는 기운이 남아 있다면, 곧바로 목(木)의 쓰임이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2〕
제화(制化)의 제(制)는 지나친 힘을 제어하는 것이고, 화(化)는 기운이 다른 경로로 이어지도록 풀어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금극목(金剋木)의 대립에 수(水)가 적절히 작용하면 금생수(金生水)·수생목(水生木)의 흐름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水) 한 글자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대립이 저절로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 수(水)가 실제로 작용할 힘과 자리도 갖추어야 합니다.〔2〕
‘유자가(猶自可)’는 이러한 여지가 남아 있다는 상대적인 표현입니다. 천간(天干)의 다툼은 언제나 가볍다거나 무해하다는 뜻으로 읽으면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집니다.
지지의 충은 무엇을 더 흔드는가
지지(地支)는 위의 천간(天干)을 받치는 뿌리이면서, 여러 지장간(支藏干)을 함께 품은 자리입니다. 그러므로 지지(地支)가 충(沖)을 받으면 겉으로 드러난 두 기운뿐 아니라 그 안의 생극(生剋) 관계까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2·4〕
갑목(甲木)이 인(寅)을 의지하고 있는데 인신충(寅申沖)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제는 경금(庚金)이 갑목(甲木)을 극(剋)하는지만 물을 수 없습니다. 갑목(甲木)을 받쳐 주던 인(寅)이 얼마나 버티는지, 인(寅) 안의 병화(丙火)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른 지지(地支)에 목(木)의 뿌리가 더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2·4〕
따라서 뿌리를 건드리는 충(沖)은 단순히 겉의 다툼이 하나 늘어나는 것과 다르게 평가됩니다. ‘급여화(急如火)’는 이런 급박함을 비유한 말이지, 지지충(地支沖)이 있으면 화재가 난다는 뜻은 아닙니다.
움직이는 성질과 흔들려도 좋다는 판단은 다르다
양지(陽支)를 움직이는 성질이라고 설명하면서 지지(地支)는 안정되어야 한다고 하면 모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의 구절은 지지(地支) 사이의 상대적인 성질을, 천전(天戰)·지전(地戰)의 구절은 사주 전체에서 뿌리가 흔들릴 때의 문제를 말합니다. 활발한 기운이라고 해서 그 기운을 받치는 기반까지 무너져도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1·2〕
그렇다고 모든 지지충(地支沖)을 없애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적천수천미(滴天髓闡微)》의 임철초(任鐵樵)는 필요한 용신(用神)이 숨어 있거나 합(合)에 묶여 제 구실을 하지 못할 때, 적절한 충(沖)이 오히려 그 쓰임을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충(沖)의 유무보다 무엇이 움직이는지가 중요해지는 대목입니다.〔2〕
3. 합의 득실 — 서로 만났다는 사실보다 무엇을 돕는지가 중요하다
合有宜不宜,合多不爲奇。
합유의불의, 합다불위기.
합(合)에는 알맞은 합과 알맞지 않은 합이 있으며, 합(合)이 많다고 특별히 빼어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의(宜)는 마땅함, 곧 그 사주의 필요에 들어맞는지를 가리킵니다.〔3〕
필요한 힘을 돕는 합과 방해하는 힘을 돕는 합
같이 힘을 모았다는 사실만으로 결과를 좋다고 정할 수는 없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이 모인 경우와, 이미 지나치게 힘이 센 쪽에 지원이 더 모인 경우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희신(喜神)과 기신(忌神)에 대한 합(合)도 이러한 구별을 요구합니다.〔3〕
| 합의 실제 작용 | 판단하는 방향 |
|---|---|
| 필요한 희신(喜神)을 도와준다 | 필요한 작용이 살아나는지 살핀다 |
| 방해하던 기신(忌神)의 작용을 줄인다 | 다른 손상 없이 문제가 덜어지는지 살핀다 |
| 필요한 희신(喜神)을 묶는다 | 있어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지 살핀다 |
| 방해하던 기신(忌神)을 더 돕는다 | 불필요한 기운이 지나치게 커지는지 살핀다 |
가령 목(木)을 보태야 하는 구조에서 인(寅)과 해(亥)의 합(合)이 목(木)의 작용을 돕는다면 유익한 방향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목(木)이 이미 지나쳐 문제라면 같은 인해합(寅亥合)도 그 문제를 키우는 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적천수집요(滴天髓輯要)》의 〈전합론(戰合論)〉은 바로 이러한 차이를 합(合)의 적절함과 부적절함으로 설명합니다.〔3〕
합한다고 반드시 다른 오행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합(合)이라는 관계와 합화(合化)가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판단은 구별해야 합니다. 글자 두 개가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각각의 기운이 모두 사라지고 새로운 오행(五行) 하나로 바뀌었다고 처리해서는 안 됩니다. 《적천수천미(滴天髓闡微)》의 〈합국(合局)〉도 합(合)하면서 묶이는 경우와 합화(合化)가 성립하는 경우를 나누어 다룹니다.〔3〕
합반(合絆)은 합(合)에 매여 본래 하던 일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것으로 읽는 관계입니다. 합거(合去) 역시 글자 자체를 지워 버린다는 뜻보다는 그 작용을 묶거나 거두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계절, 통근(通根), 주변의 도움과 견제에 따라 합(合)의 실제 작용은 달라집니다.〔3〕
따라서 필요한 기운이 다른 글자와 합(合)했다고 해서 무조건 보호받는 것은 아닙니다. 도리어 그 일에 묶여 원래 해야 할 일을 못 하는지도 보아야 합니다.
합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빼어난 사주가 되지는 않는다
합다불위기(合多不爲奇)의 기(奇)는 빼어남이나 특별함을 뜻합니다. 합(合)의 개수를 많이 모으면 좋은 사주가 된다는 생각을 경계하는 표현입니다. 원주는 합(合)이 많아 기운이 얽매이면 흐름이 막히고, 좋은 자질이 있어도 충분히 펼치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3〕
다만 합(合)이 여러 개라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을 우유부단하다거나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한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어떤 합(合)이 필요한 작용을 돕고, 어떤 합(合)이 그 작용을 붙잡는지 구별해야 합니다. 개수가 아니라 관계의 내용이 판단의 근거입니다.
4. 생지·고지·패지 — 같은 충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르다
生方怕動,庫宜開。
생방파동, 고의개.
敗地逢沖仔細推。
패지봉충자세추.
생방(生方)은 움직임을 꺼리고, 고(庫)는 여는 것이 마땅하며, 패지(敗地)가 충(沖)을 만나면 자세히 헤아리라는 뜻입니다. 다만 세 문장을 아무 조건 없는 규칙으로 외우면 특히 고(庫)의 해석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원주(原註)의 간단한 구분에 임철초(任鐵樵)의 주석은 여러 조건과 예외를 덧붙입니다.〔4〕
| 분류 | 해당 지지 | 충하는 두 쌍 |
|---|---|---|
| 사생지(四生地) | 인(寅)·신(申)·사(巳)·해(亥) | 인신충(寅申沖), 사해충(巳亥沖) |
| 사고지(四庫地) | 진(辰)·술(戌)·축(丑)·미(未) | 진술충(辰戌沖), 축미충(丑未沖) |
| 사패지(四敗地), 사왕지(四旺地) | 자(子)·오(午)·묘(卯)·유(酉) | 자오충(子午沖), 묘유충(卯酉沖) |
한 줄에 네 지지가 묶여 있다고 해서 그 안의 모든 조합이 서로 충(沖)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寅)은 신(申)과, 사(巳)는 해(亥)와 마주합니다. 다른 두 묶음도 같은 방식입니다.〔4·8〕
생방파동 — 인신충을 금극목 하나로 끝낼 수 없는 이유
사생지(四生地)는 목(木)·화(火)·금(金)·수(水)의 장생(長生) 자리를 묶은 이름입니다. 여러 기운이 안에 함께 들어 있으므로, 충(沖)이 생기면 하나의 극(剋)만 작용한다고 단순화하기 어렵습니다.〔4·8〕
인(寅)의 본기(本氣)는 갑목(甲木), 신(申)의 본기(本氣)는 경금(庚金)입니다. 우선 경금(庚金)이 갑목(甲木)을 극(剋)하는 관계가 보입니다. 그런데 인(寅)에는 병화(丙火)도 있고, 신(申)에는 임수(壬水)도 있습니다.〔4〕
임철초(任鐵樵)는 인신충(寅申沖)을 다음과 같은 맞물림으로 설명합니다.〔4〕
- 신(申) 속 경금(庚金)은 인(寅) 속 갑목(甲木)을 극(剋)합니다.
- 인(寅) 속 병화(丙火)는 신(申) 속 경금(庚金)을 극(剋)합니다.
- 신(申) 속 임수(壬水)는 인(寅) 속 병화(丙火)를 극(剋)합니다.
- 인(寅) 속 무토(戊土)는 신(申) 속 임수(壬水)를 극(剋)합니다.
이것은 네 번의 타격을 기계적으로 더하라는 계산법이 아닙니다. 겉으로는 금(金)과 목(木)이 부딪히지만, 안에서는 화(火)·수(水)·토(土)까지 얽혀 있다는 설명입니다. 어느 장간(藏干)이 힘을 얻고 실제 쓰임을 갖는지에 따라 손상되는 곳도 달라집니다.〔4〕
따라서 생방파동(生方怕動)은 복잡한 뿌리를 함부로 흔들지 말라는 경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신충(寅申沖)이나 사해충(巳亥沖)이 보이면 어떤 조건에서도 반드시 흉하다는 절대 명제는 아닙니다.〔2·4〕
고의개 — 창고를 열면 무조건 재물이 나오는가
진술축미(辰戌丑未)는 여러 기운을 저장한 묘고(墓庫)로 다루어집니다. 고(庫)를 창고라고 번역하다 보니 ‘충(沖)으로 창고 문을 열면 숨은 재물이 나온다’는 식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고(庫)에 든 기운이 모두 재물인 것은 아니며, 그 기운이 해당 사주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가 먼저입니다.〔4〕
《적천수천미(滴天髓闡微)》의 원주(原註)는 사고(四庫)를 충(沖)으로 여는 쪽을 말하지만, 임철초(任鐵樵)는 고(庫)를 여는 데에도 알맞은 경우와 알맞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분명히 제한합니다. 특히 그 안의 기운이 용신(用神)의 뿌리라면, 충(沖)이 그것을 꺼내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하게 할 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4〕
예를 들어 진월(辰月)에 을목(乙木)이 사령(司令)하며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사령(司令)은 그 시기에 어느 기운이 주도권을 갖는지를 가리킵니다. 이때 술(戌)이 와서 진(辰)을 충(沖)하면, 임철초(任鐵樵)는 술(戌) 속 신금(辛金)이 진(辰) 속 을목(乙木)을 상하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미월(未月)의 정화(丁火)가 필요한 때 축(丑) 속 계수(癸水)의 공격을 받는 경우도 같은 취지로 듭니다.〔4〕
물론 진월(辰月) 전체가 언제나 을목(乙木)의 사령(司令)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을목(乙木)이 사령(司令)하며 쓰이는 경우라는 조건을 빼면 안 됩니다. 미월(未月)의 정화(丁火)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천간(天干)의 목(木)·화(火)·금(金)·수(水)가 다른 든든한 뿌리 없이 묘고(墓庫)의 미약한 뿌리에만 의지하고 있다면, 충(沖)이 그 마지막 근거를 흔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저장된 특정 장간(藏干)에 의지하지 않고 토(土) 자체의 작용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충(沖)을 유익하게 해석할 여지도 있습니다. 이것 역시 임철초(任鐵樵)가 구별한 조건입니다.〔4〕
창고라는 비유만으로 재물의 출입을 상상하기보다, 무엇을 저장하고 있으며 무엇을 뿌리로 쓰고 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패지봉충 — 패지는 실패한 자리가 아니다
패지(敗地)의 패(敗)를 보고 기운이 망한 자리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오묘유(子午卯酉)를 사패지(四敗地)라고 부르는 것은 장생(長生) 다음 단계인 목욕(沐浴)의 분류와 관련된 명칭입니다. 동시에 자(子)는 수(水), 오(午)는 화(火), 묘(卯)는 목(木), 유(酉)는 금(金)의 왕성한 자리라는 뜻에서 사왕지(四旺地)라고도 합니다. 서로 다른 기준의 이름이므로 모순이 아닙니다.〔4·8〕
자오충(子午沖)을 예로 들면, 자수(子水)와 오화(午火)가 마주한다는 관계는 같습니다. 그러나 겨울의 수(水)가 주변 금수(金水)의 지원까지 받는 경우와, 여름의 화(火)가 목화(木火)의 지원을 받는 경우는 힘의 배치가 다릅니다.〔7〕
임철초(任鐵樵)는 수극화(水剋火), 금극목(金剋木)이라는 관계만 보고 언제나 수(水)와 금(金)이 이긴다고 판단하지 말라고 경계합니다. 계절을 얻고 주변 도움을 갖춘 목화(木火)가 상대적으로 약한 금수(金水)의 충(沖)을 견디거나 도리어 상대를 손상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4·7〕
오행(五行)의 상극(相剋) 관계를 뒤집어 새로 외우라는 뜻은 아닙니다. 극(剋)하는 관계에 놓였다는 사실과 실제로 상대를 제압할 힘이 있다는 사실을 구별하라는 뜻입니다.
5. 충·형·해 — 관계의 이름만으로 작용을 정할 수 없다
支神只以沖爲重,刑與穿兮動不動。
지신지이충위중, 형여천혜동부동.
지지(地支)의 관계에서는 충(沖)을 중하게 보며, 형(刑)과 천(穿)은 움직이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가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신(支神)은 지지(地支)의 기운을 가리킵니다. 천(穿)은 여기서 해(害)를 뜻하는 말로 설명됩니다.〔5〕
왜 충은 중하게 보고 형과 해는 따져 보라고 하는가
원주(原註)는 충(沖)에서는 서로 맞서는 작용이 뚜렷하지만, 형(刑)과 해(害)로 부르는 관계 안에는 생(生)이나 합(合)의 관계도 섞여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명칭 하나만 보고 모두 같은 방식의 충돌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5〕
자(子)와 묘(卯)는 자묘형(子卯刑)으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오행(五行)의 관계에서는 자수(子水)가 묘목(卯木)을 생(生)하는 수생목(水生木)도 성립합니다. 사(巳)와 신(申)은 형(刑)의 관계로 다루면서 동시에 사신합(巳申合)이라는 육합(六合)의 관계로도 분류합니다.〔5·8〕
하나의 지지 조합에 이름이 둘 붙어 있다고 해서 두 사건이 각각 자동으로 발생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무엇을 낳아 주는지, 무엇을 묶는지, 어느 쪽이 지나친지를 살펴 실제 작용을 해석해야 합니다.
자수(子水)가 많고 묘목(卯木)이 그 수(水)를 받아 필요한 방향으로 기운을 흘려낸다면, 자묘(子卯)를 보자마자 ‘무례한 사람’이라고 정하는 것은 그 관계를 놓치는 판단입니다. 임철초(任鐵樵)는 실제로 자묘형(子卯刑)의 이름만으로 인품을 단정하는 관법을 비판합니다.〔5〕
임철초의 입장과 다른 고전의 입장은 구별해야 한다
임철초(任鐵樵)의 비판은 상당히 강합니다. 형(刑)·해(害)의 명목보다 생극(生剋)과 왕쇠희기(旺衰喜忌)를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일부 형해(刑害)의 설명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5〕
반면 《삼명통회(三命通會)》는 〈논육해(論六害)〉와 〈논삼형(論三刑)〉을 따로 두고 각각의 성립 관계와 해석을 설명합니다. 따라서 ‘형(刑)과 해(害)는 전통 명리학 전체에서 의미가 없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고전과 주석가 사이에 실제로 견해가 갈리는 문제입니다.〔8〕
동부동(動不動)은 이런 차이를 지워 버리는 말이 아닙니다. 형(刑)이나 해(害)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작용을 확정하지 말고, 생극(生剋)의 내용과 필요한 기운의 손익을 따져 보라는 질문으로 읽는 편이 적절합니다. 반대로 생(生)의 관계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좋다고 판단하는 것도 같은 종류의 단순화입니다.〔5〕
6. 암충과 암회 — 무엇을 덜어 내고 무엇을 보태는가
暗沖暗會尤爲喜,彼沖我兮皆沖起。
암충암회우위희, 피충아혜개충기.
암충(暗沖)과 암회(暗會)를 더욱 기쁘게 여기며, 저쪽이 이쪽을 충(沖)하여 움직임이 일어난다는 구절입니다. 다만 암(暗)의 뜻과 피아(彼我)의 기준은 원주(原註)와 임철초(任鐵樵)의 주석에서 서로 다르게 설명됩니다. 이 차이를 구별해야 ‘보이지 않는 충(沖)은 언제나 좋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습니다.〔6〕
원주에서는 없는 글자를 취하는 관계를 말한다
《적천수집요(滴天髓輯要)》의 〈지지론(地支論)〉 주석과 《적천수천미(滴天髓闡微)》의 원주(原註)는 명식에 드러나 있지 않은 글자를 충회(沖會)의 관계로 취하는 설명을 제시합니다. 자(子)로 오(午)를 충(沖)하고 인(寅)·술(戌)로 오(午)를 회(會)하는 식의 예가 나옵니다. 이러한 설명은 실제로 적혀 있는 글자와 관계를 통해 취하는 암신(暗神)을 구별하는 관법입니다.〔6〕
그렇다고 필요한 글자가 없을 때마다 충(沖)이나 합(合)을 이유로 마음대로 만들어 넣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로 있는 글자를 읽는 방법과 없는 글자를 취하는 특수한 설명을 뒤섞으면, 해석의 근거가 달라집니다.
임철초는 원국과 운의 관계로 설명한다
임철초(任鐵樵)는 태어날 때의 구성인 원국(原局)에 없던 충회(沖會)의 작용이 대운(大運)이나 세운(歲運)에서 들어오는 경우를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뒤의 왕쇠(旺衰) 주석에서는 원국(原局)의 충(沖)을 명충(明沖), 세운(歲運)·대운(大運)의 충(沖)을 암충(暗沖)으로 구별하기도 합니다.〔6·7〕
그러므로 임철초(任鐵樵)의 암충(暗沖)을 설명하면서 ‘명식에 없는 글자를 가상으로 불러온다’는 뜻만 적용하면 문맥이 어긋납니다. 반대로 모든 문헌의 암충(暗沖)이 곧 운(運)의 충(沖)을 뜻한다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같은 용어라도 주석의 기준이 다릅니다.
임철초(任鐵樵)가 유익하게 보는 변화는, 지나쳐 문제가 되는 기운을 덜어 주거나 부족하지만 필요한 기운을 보태 주는 경우입니다. 강한 기운이면 무조건 제거하고 약한 기운이면 무조건 보충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먼저 그 사주에서 무엇이 문제이며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해야 합니다.〔6〕
회합으로 기운이 모이면 언제나 도움이 되는가
회합(會合)은 기운이 모이는 관계이지만, 필요한 방향으로 모였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임철초(任鐵樵)는 자수(子水)가 희신(喜神)일 때 신(申)·진(辰)이 만나 수(水)의 기운을 돕는 경우를 유익하게 설명합니다.〔6〕
반대로 해수(亥水) 자체를 필요로 하는데 묘(卯)·미(未)가 만나 목(木) 쪽으로 기운을 모아 간다면, 해묘미(亥卯未)가 갖추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할 수 없다고 봅니다. 필요한 수(水)의 작용이 목(木)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6〕
같은 삼합(三合)도 어느 오행(五行)으로 힘이 모이며, 그 과정에서 어떤 기운의 쓰임이 달라지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합국(合局)이 완성되었다는 이름 자체가 길함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나와 저쪽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피(彼)는 저쪽, 아(我)는 이쪽입니다. 그러나 이때의 나와 저쪽을 언제나 일간(日干)과 상대방, 혹은 자신과 타인으로 번역해서는 안 됩니다.
원주(原註)는 일(日)과 월(月), 월령(月令)과 연시(年時), 원국(原局)과 운(運) 등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피아(彼我)를 구별합니다. 이에 비해 임철초(任鐵樵)는 자리를 고정하지 않고 희신(喜神)을 나로, 기신(忌神)을 저쪽으로 삼는다고 설명합니다.〔6〕
예를 들어 오화(午火)가 필요한 희신(喜神)인데 자수(子水)가 이를 치면, 필요한 쪽이 공격받는 관계입니다. 반대로 자수(子水)가 희신(喜神)이고 오화(午火)가 방해가 된다면, 자수(子水)가 오화(午火)를 제어하는 쪽에서 관계를 살핍니다. 같은 자오충(子午沖)이어도 보호해야 할 대상이 바뀝니다. 다만 실제로 어느 쪽을 제어할 수 있는지는 다시 왕쇠(旺衰)를 따져야 합니다.〔6·7〕
‘모두 충기한다’는 원문과 주석의 제한
개충기(皆沖起)는 글자 그대로는 모두 충(沖)하여 일어난다는 표현입니다. 원주(原註)는 피아(彼我)의 충(沖)을 설명하며 이 말을 넓게 사용합니다. 반면 임철초(任鐵樵)는 희신(喜神)이 기신(忌神)을 치는 것을 충기(沖起)라 하고, 기신(忌神)이 희신(喜神)을 해치는 경우는 불기(不起)라고 구별합니다.〔6〕
원문과 임철초(任鐵樵)의 해설을 완전히 같은 뜻이라고 뭉뚱그리면 이 차이가 사라집니다. 임철초(任鐵樵)가 묻는 것은 단순히 움직였는지가 아니라 그 움직임으로 필요한 작용이 살아나는가입니다. 충(沖)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복(福)이 된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습니다.
7. 쇠자발과 왕신발 — 뽑히는 것과 일어나는 것은 다르다
旺者沖衰衰者拔,衰神沖旺旺神發。
왕자충쇠쇠자발, 쇠신충왕왕신발.
왕성한 기운이 쇠약한 기운을 충(沖)하면 쇠약한 쪽의 뿌리가 뽑히고, 쇠약한 기운이 왕성한 기운을 충(沖)하면 오히려 왕성한 쪽이 자극받아 일어난다는 뜻입니다.〔7〕
소리는 같아도 뜻은 다른 두 ‘발’
앞의 발(拔)은 뽑는다는 뜻이고, 뒤의 발(發)은 일어나거나 발동한다는 뜻입니다. 두 글자를 모두 ‘발한다’라고만 기억하면 원문의 대비가 사라집니다.
| 구절 | 글자 | 뜻 |
|---|---|---|
| 쇠자발(衰者拔) | 뽑을 발(拔) | 약한 쪽이 버티던 근거를 잃음 |
| 왕신발(旺神發) | 필 발(發) | 강한 쪽이 자극받아 작용을 드러냄 |
작은 나무를 큰 힘으로 잡아당기면 뿌리가 뽑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단히 뿌리내린 큰 나무를 약하게 잡아당긴다고 해서 같은 결과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이 비유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움직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힘으로 상대의 기반을 실제로 흔들 수 있는지입니다.
무엇으로 강약을 판단하는가
왕쇠(旺衰)는 글자의 개수만으로 정하기 어렵습니다. 월령(月令), 곧 태어난 달의 계절적 기운을 얻었는지, 지지(地支)에 뿌리가 있는지, 다른 글자가 생조(生助)하는지, 반대로 극(剋)하거나 기운을 빼내는지가 함께 작용합니다.〔7〕
오화(午火)를 예로 들면, 주변에 목화(木火)의 지원이 충분하고 자수(子水)는 고립되어 있을 때와, 금수(金水)가 강한 가운데 오화(午火)만 의지할 곳 없이 놓였을 때는 상황이 다릅니다. 자(子)와 오(午)가 만났다는 사실은 같지만 충(沖)의 힘과 결과가 같다고 볼 수 없습니다.〔7〕
운(運)에서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그 글자가 언제나 원국(原局)의 글자를 이기는 것도 아닙니다. 운(運)의 글자 역시 원국(原局)의 도움을 받는지, 상대의 뿌리를 흔들 만큼 힘을 갖추었는지 살펴야 합니다.〔7〕
약한 것이 뽑히면 좋은가, 나쁜가
왕자충쇠(旺者沖衰)는 힘의 관계를 말할 뿐, 아직 길흉(吉凶)을 다 말한 것은 아닙니다. 약한 기운이 꼭 필요한 희신(喜神)이었다면 그것이 손상되는 것은 불리하게 봅니다. 반대로 그 약한 기운이 필요한 흐름을 방해하던 기신(忌神)이었다면, 다른 곳을 해치지 않고 그 작용을 줄이는 것이 유익할 수 있습니다.〔7〕
그러므로 ‘약한 쪽이 졌다’ 다음에는 ‘그 약한 쪽을 지켜야 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강한 것이 이겼으니 길하다거나, 약한 것이 손상되었으니 반드시 흉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발한다는 말이 재물이 생긴다는 뜻은 아니다
《적천수천미(滴天髓闡微)》의 원주(原註)는 자수(子水)가 약하고 오화(午火)가 왕성한 경우, 오화(午火)가 충(沖)을 받아 발하여 복이 된다는 설명을 붙입니다. 그러나 임철초(任鐵樵)는 이를 그대로 일반화하지 않습니다.〔7〕
충(沖)하는 힘이 약해 상대를 제거하지 못하면 오히려 상대를 자극할 수 있고, 그 상대가 흉신(凶神)이라면 해로운 작용을 부추기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흉신(凶神)은 특정한 이름의 신살(神煞)만을 가리키기보다, 그 사주에서 해로운 역할을 하는 기운으로 읽어야 합니다.〔7〕
임철초(任鐵樵)는 유익한 기운을 자극한 경우에도 재앙이 되지 않을 수는 있으나, 그것만으로 복을 얻는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입니다. 따라서 왕신발(旺神發)의 발(發)을 곧바로 발복(發福)이나 발재(發財)로 바꾸어 읽을 수는 없습니다.〔7〕
| 충의 결과 | 희기까지 함께 본 판단 |
|---|---|
| 강한 쪽이 약한 기신(忌神)을 제어한다 | 방해가 줄어드는 이로움을 검토한다 |
| 강한 쪽이 약한 희신(喜神)을 손상시킨다 | 필요한 기반이 흔들리는 해로움을 검토한다 |
| 약한 쪽이 강한 기신(忌神)을 건드린다 | 제어하지 못하고 문제를 자극하는지 살핀다 |
| 약한 쪽이 강한 희신(喜神)을 건드린다 | 버틴다고 해서 새로운 복이 생겼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
충(沖)을 받았다는 말보다 충(沖)을 받은 뒤 무엇이 남고 무엇이 더 강해졌는지가 중요합니다. 그 변화가 사주에 필요한지까지 확인해야 왕쇠(旺衰)와 희기(喜忌)가 하나의 판단으로 이어집니다.〔7〕
본기부터 보되, 본기에서 멈추지는 않는다
지지(地支)속에 품은장간(藏干) 서로다른 기운이네
본기(本氣)부터 헤아리면 생극(生剋)관계 드러나네
같은합(合)도 같은충(沖)도 놓인자리 따라달라
어느기운 살아나고 어느기운 꺾이는가
임철초(任鐵樵)는 지지(地支)를 설명하면서 인(寅)은 먼저 갑목(甲木)을 보고 다음에 병화(丙火)를, 신(申)은 먼저 경금(庚金)을 보고 다음에 임수(壬水)를 살피라고 합니다. 대표 기운인 본기(本氣)를 먼저 붙잡은 뒤 그 안의 다른 작용으로 들어가라는 뜻입니다.〔1〕
본기(本氣)를 먼저 본다는 것과 본기(本氣)만 본다는 것은 다릅니다. 인신충(寅申沖)을 금극목(金剋木) 하나로 끝내면 안의 화수(火水)를 놓치고, 진술충(辰戌沖)을 토(土)끼리의 움직임으로만 끝내면 필요한 장간(藏干)의 뿌리가 손상되는지를 놓칠 수 있습니다.〔4〕
지지(地支)를 볼 때에는 먼저 그 자리가 품은 기운을 확인하고, 어떤 합충(合沖)의 관계를 맺는지 살핍니다. 그다음 어느 쪽에 힘이 있는지, 사주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운은 무엇인지, 관계가 달라지면서 그 쓰임이 살아나는지 약해지는지를 차례로 따집니다. 운(運)이 들어오면 같은 질문을 달라진 구성에 다시 적용합니다.〔1·7〕
합(合)은 무엇을 묶고 무엇을 돕는가. 충(沖)은 무엇을 덜고 무엇을 흔드는가.
이 질문을 놓치지 않으면, 좋은 이름에 먼저 기대하거나 나쁜 이름에 먼저 겁내는 대신 그 관계가 실제로 무엇을 바꾸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출전과 주석
〔1〕 《滴天髓闡微(적천수천미)》 〈地支(지지)〉의 “陽支動且強” 원문·원주(原註)·임씨왈(任氏曰). 양지(陽支)·음지(陰支), 체용(體用), 본기(本氣)와 지장간(支藏干)의 관계. 용신(用神)의 쓰임은 같은 책 〈知命(지명)〉·〈配合(배합)〉도 참조. 원문 보기
〔2〕 《滴天髓闡微(적천수천미)》 〈戰局(전국)〉의 “天戰猶自可,地戰急如火” 원문·주석. 천간(天干)과 지지(地支)의 다툼, 제화(制化)의 여지, 필요한 기운을 움직이는 충(沖)의 조건. 원문 보기
〔3〕 《滴天髓闡微(적천수천미)》 〈合局(합국)〉 및 《滴天髓輯要(적천수집요)》 〈戰合論(전합론)〉의 “合有宜不宜,合多不爲奇” 원문·주석. 희신(喜神)·기신(忌神)에 대한 합(合)의 득실, 합반(合絆)과 합화(合化). 합국 원문 보기 · 전합론 원문 보기
〔4〕 《滴天髓闡微(적천수천미)》 〈地支(지지)〉의 “生方怕動庫宜開,敗地逢沖仔細推”와 “支神只以沖爲重” 아래의 원주(原註)·임씨왈(任氏曰). 사생(四生)·사고(四庫)·사패(四敗)의 구분, 인신충(寅申沖)의 장간(藏干) 관계, 묘고(墓庫)의 통근(通根)과 사령(司令)을 해치는 충(沖)의 예. 원문 보기
〔5〕 《滴天髓闡微(적천수천미)》 〈地支(지지)〉의 “支神只以沖爲重,刑與穿兮動不動” 원문·주석과 자묘(子卯) 명례. 천(穿)을 해(害)로 풀이하며 형해(刑害)의 이름보다 생극(生剋)을 중시하는 임철초(任鐵樵)의 입장. 원문 보기
〔6〕 《滴天髓闡微(적천수천미)》 〈地支(지지)〉 및 《滴天髓輯要(적천수집요)》 〈地支論(지지론)〉의 “暗沖暗會尤爲喜,彼沖我兮皆沖起” 원문·주석. 원주(原註)의 암신(暗神) 설명과 임철초(任鐵樵)의 세운(歲運)·대운(大運) 설명, 피아(彼我)의 서로 다른 기준을 구별함. 적천수천미 원문 보기 · 적천수집요 원문 보기
〔7〕 《滴天髓闡微(적천수천미)》 〈地支(지지)〉의 “旺者沖衰衰者拔,衰神沖旺旺神發” 원문·원주(原註)·임씨왈(任氏曰). 발(拔)과 발(發), 왕쇠(旺衰)와 희기(喜忌), 충거(沖去)와 자극의 구별. 원주(原註)의 발복(發福) 설명을 임철초(任鐵樵)가 조건부로 제한하는 대목을 포함함. 원문 보기
〔8〕 《三命通會(삼명통회)》 권2 〈論地支(논지지)〉·〈論人元司事(논인원사사)〉·〈論五行旺相休囚死並寄生十二宮(논오행왕상휴수사병기생십이궁)〉·〈論年月日時(논연월일시)〉·〈論支元六合(논지원육합)〉·〈論支元三合(논지원삼합)〉·〈論六害(논육해)〉·〈論三刑(논삼형)〉·〈論衝擊(논충격)〉. 지지(地支)의 기본 관계와 형해(刑害)를 별도로 다루는 전승의 비교. 원문 보기
《적천수천미(滴天髓闡微)》의 편목에서 “陽支動且強” 및 생방(生方)·형천(刑穿)·암충암회(暗沖暗會)·왕쇠충(旺衰沖)의 구절은 〈지지(地支)〉에, “天戰猶自可”는 〈전국(戰局)〉에, “合有宜不宜”는 〈합국(合局)〉에 실려 있습니다. 《적천수집요(滴天髓輯要)》는 천전(天戰)과 합(合)의 두 구절을 〈전합론(戰合論)〉에 함께 싣습니다. 또한 《적천수집요(滴天髓輯要)》의 〈지지론(地支論)〉에는 ‘刑與害兮’, ‘子細裁’ 등으로 전하는 글자 차이가 있습니다. 원문 구절과 원주(原註), 임철초(任鐵樵)의 해설은 서로 구별해 읽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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