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에서 주문은 하늘의 별과 신장을 불러냈다.
이번에는 그 신장들이 사람의 몸 안으로 들어온다.
오행은 사주표에만 머물지 않았다. 오래된 수련 전승에서는 간·심장·비장·폐·신장에 자리를 잡고, 푸르고 붉고 누렇고 희고 검은 기운이 되어 청룡·주작·황룡·백호·현무의 형상으로 일어났다.
선도·단학·오장·오행·오방 신수의 상상력
주문이 소리로 마음을 모으는 일이라면, 단학과 선도 계열의 주문은 거기에 몸을 더한다.
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몸 안의 장기와 기운이 있고, 색이 있고, 방향이 있고, 신수의 형상이 있다.
이 세계에서는 몸이 작은 우주가 된다.
오장은 오행의 자리가 되고, 오행은 오색이 되며, 오색은 다시 오방의 신수로 선다.
이 흐름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주문이 바로 오수주(五獸呪)다.
도교와 선도, 닮았지만 같은 길은 아니다
도교와 한국 선도·단학은 서로 닮은 점이 많다.
신선, 단전, 기, 호흡, 장생, 몸을 작은 우주로 보는 감각이 모두 겹친다.
그러나 둘을 완전히 같은 것으로 보면 흐려진다.
중국 도교는 교단과 경전, 신격과 제의, 부록(符籙), 곧 부적과 신장 명부를 다루는 체계와 연단술을 이루며 발전했다.
한국에 전한 선도·단학은 그 도교 수련과 겹치면서도 산악 신앙과 민간 수련, 신선 이야기와 근현대 기수련 문화 속에서 다시 새로운 이름과 모습을 얻었다.
그래서 한국 단학 쪽 주문에는 여러 결이 섞인다. 도교 경전에서 건너온 주문도 있고, 민간 술수의 주문도 있으며, 근현대 선도 계열에서 다시 다듬어진 수련문구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안에는 오행과 방위, 오장과 기운을 연결하려는 구조가 살아 있다.
단학, 몸 안에서 단을 이루려는 상상력
단학에는 두 개의 화로가 있었다.
외단(外丹)은 몸 밖에 화로를 놓았다.
광물과 약물을 불에 익히고,
썩지 않는 단약을 만들어 몸 안으로 들이려 했다.
내단(內丹)은 화로를 몸 안으로 옮겼다.
호흡을 불로 삼고,
정기와 의식을 약재로 삼아,
사람의 몸 안에서 하나의 단을 이루려 했다.
하나는 밖에서 단을 만들어 먹었고,
하나는 자기 몸을 화로와 솥으로 삼았다.
그러니 단학의 세계에서 주문은 단순히 입으로 외우는 말만은 아니었다. 몸 안의 기운을 움직이고, 오장을 정화하고, 정신을 한곳으로 모아 어떤 형상을 세우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사주 공부는 태어난 시간 속의 오행 균형과 흐름을 본다.
단학은 몸 안에서 오행의 기운을 느끼고 돌리려 한다.

하나는 태어난 시간의 구조를 읽고,
하나는 지금 몸 안의 기운을 다루려 한다.
서로 같은 공부는 아니지만, 오행이라는 공통 언어가 있다. 그래서 단학의 주문 안에서도 오행과 방위, 몸과 기운의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오수주의 오래된 그림자
오수주라는 이름은 근현대 수련담 속에서만 떠도는 말이 아니다.
대한제국기에 적힌 민간 무경 필사본 《츅제하는방법》에도 오방신에게 올리는 오신주(五神呪), 곧 오수주(五獸呪)가 실려 있다.
그보다 오래된 도교 문헌에는 지금의 오수주와 닮은 그림이 더 선명하게 남아 있다.
《태청진인락명결(太清真人絡命訣)》은 수련의 첫 순서를 이렇게 적었다.
第一先存五獸。
제일 선존 오수.
첫째로 먼저 오수(五獸)를 마음에 세운다.五獸謂青龍、白虎、朱雀、玄武、黃龍是也。
오수위 청룡·백호·주작·현무·황룡 시야.
오수란 청룡·백호·주작·현무·황룡을 말한다.
이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장을 차례로 관하고, 그 안의 신을 마음에 세우며 기운을 움직이고 이름을 부르라고 한다.
다섯 짐승은 몸 밖에서 데려오는 수호신이기 전에, 이미 몸 안의 오장에 잠들어 있던 신들이었다.

북창결에서 삼극주·삼재주까지, 숨과 소리의 두 갈래
한국의 선도 수련이 모두 주문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북창 정렴의 《용호비결(龍虎秘訣)》, 흔히 북창결(北窓訣)이라 부르는 글은 폐기(閉氣)·태식(胎息)·주천화후(周天火候)를 중심으로 몸 안의 기운과 호흡을 다스리는 길을 적었다.
북창결은 외워서 어떤 힘을 불러내는 주문이라기보다, 숨을 가라앉히고 단전을 지키며 몸 안에서 기운이 도는 길을 밝힌 수련결이었다.
한쪽에는 이렇게 호흡을 따라가는 길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소리를 반복해 몸과 정신의 자리를 세우는 길이 있었다.
1980년대 정신세계사에서 나온 《백두산족 단학지침》 같은 책을 펼쳤던 사람이라면 이 낯선 주문들이 아주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봉우 권태훈의 수련 내용을 정리한 《봉우수단기(鳳宇修丹記)》에는 오수주와 더불어 삼극주(三極呪), 삼재주(三才呪) 같은 주문이 전한다.
삼극주는 매우 짧다.
以是 以是 爲極하사
이시 이시 위극하사
이것으로써 극을 삼으시고.以是 爲極하소서
이시 위극하소서
이것을 극으로 삼으소서.
봉우 계열의 해설에서는 여기서 말하는 극(極)을 무극(無極)·태극(太極)·황극(皇極)의 삼극으로 풀기도 한다.
오수주가 청룡·백호·주작·현무·황룡을 몸의 사방과 중앙에 세운다면, 삼극주는 무극·태극·황극이라는 세 중심을 정신 안에 세우는 주문처럼 보인다.
삼재주는 하늘과 땅과 사람을 다시 불러 세운다.
天之五行 賾動志象形 有象無形 春夏秋冬 四季
천지오행 색동지상형 유상무형 춘하추동 사계
하늘의 오행은 깊은 곳에서 움직여 뜻과 형상을 드러내며, 유상과 무상 사이에서 춘하추동 사계로 펼쳐진다.地之五行 變化疑議機 有形無象 金木水火土
지지오행 변화의의기 유형무상 금목수화토
땅의 오행은 변화의 기틀이 되어, 형상 있는 금목수화토로 드러난다.人之五行 法極道理明 有象無形 無象有形 仁義禮智信
인지오행 법극도리명 유상무형 무상유형 인의예지신
사람의 오행은 법과 도리의 밝음으로 드러나 인의예지신의 덕목이 된다.
재전재본에는 두 번째 구절의 의의(疑議)를 의의(擬議) 등으로 적은 이문이 보인다. 여기서는 《봉우수단기》를 옮긴 공개 전승문의 표기를 그대로 따른다.
삼재주의 구조는 분명하다.
하늘의 오행은 춘하추동과 사계라는 시간으로 흐르고,
땅의 오행은 금목수화토라는 기운과 형질로 드러나며,
사람의 오행은 인의예지신이라는 마음과 행위의 덕목으로 돌아온다.

삼재주와 명리, 같은 문법을 쓰는 다른 길
삼재주는 명리의 주문은 아니다. 그러나 명리와 삼재주는 같은 천지인(天地人)과 오행의 문법을 쓴다.
명리는 사람이 태어난 순간 하늘의 때와 땅의 기운이 어떤 모습으로 만났는지를 읽는다. 천간과 지지, 그리고 지지 안에 감추어진 지장간을 천원(天元)·지원(地元)·인원(人元)의 삼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삼재주의 세 구절을 천간·지지·지장간에 그대로 하나씩 맞출 수는 없다. 서로의 목적과 체계는 다르다.
명리가 이미 펼쳐진 천지인의 배치도를 읽는 일이라면, 삼재주는 그 천지 사이에 선 사람이 자기 자리를 다시 세우려는 말처럼 보인다.
하늘의 때를 알고,
땅의 기운을 받고,
사람으로서 행할 바를 밝힌다.
사주에서는 오행이 사람에게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읽고,
삼재주에서는 그 오행을 다시 하늘과 땅과 사람의 자리로 불러 세운다.
특히 마지막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은 오행을 단순한 자연의 기운으로 끝내지 않는다. 오행이 사람에게 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바뀐다.
하나는 몸 안에 오방의 진을 만들고,
하나는 정신 안에 삼극의 축을 세우며,
하나는 사람을 천지 사이에 다시 세운다.
오수주 전문
오수주는 이름 그대로 다섯 짐승의 주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다섯 짐승은 평범한 짐승이 아니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 황룡이다. 동서남북과 중앙을 지키는 오방의 신수이고, 오행의 기운이 형상으로 드러난 모습이다.
전승본마다 순서와 일부 자구가 다르게 전하지만, 오수주의 한 형태는 다음과 같다.
아래 문장은 한문에 는·하야·하고·이라 같은 한국어 조사와 어미가 붙은 국내 독송 전승의 표기를 그대로 살렸다. 순한문으로 고치면 실제 입으로 외우던 소리의 흔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木肝中靑氣는 從左耳出하야 化爲靑龍在左하고
목간중청기는 종좌이출하야 화위청룡재좌하고金肺中白氣는 從右耳出하야 化爲白虎在右하고
금폐중백기는 종우이출하야 화위백호재우하고火心中赤氣는 從頂上出하야 化爲朱雀在前하고
화심중적기는 종정상출하야 화위주작재전하고水腎中黑氣는 從足下出하야 化爲玄武在後하고
수신중흑기는 종족하출하야 화위현무재후하고土脾中黃氣는 從口中出하야 化爲黃龍在中이라
토비중황기는 종구중출하야 화위황룡재중이라
뜻으로 풀면 이렇다.
간 속의 푸른 기운은 왼쪽 귀로 나와 청룡이 되어 왼쪽에 자리하고,
폐 속의 흰 기운은 오른쪽 귀로 나와 백호가 되어 오른쪽에 자리한다.
심장 속의 붉은 기운은 정수리 위로 나와 주작이 되어 앞에 자리하고,
신장 속의 검은 기운은 발아래로 나와 현무가 되어 뒤에 자리한다.
비장 속의 누런 기운은 입으로 나와 황룡이 되어 가운데 자리한다.
《태상노군침중경(太上老君枕中經)》에서는 이 장면이 한 편의 출진식처럼 펼쳐진다.
青龍出吾肝,在吾左。
청룡 출오간, 재오좌.
청룡은 내 간에서 나와 왼쪽에 선다.白虎出吾肺,在吾右。
백호 출오폐, 재오우.
백호는 내 폐에서 나와 오른쪽에 선다.朱雀出吾心,在吾前。
주작 출오심, 재오전.
주작은 내 심장에서 나와 앞에 선다.玄武出吾腎,在吾後。
현무 출오신, 재오후.
현무는 내 신장에서 나와 뒤에 선다.
네 신수는 이를 갈며 좌우와 앞뒤를 지키고, 악한 귀신이 잠자리를 범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수호가 끝나면 신수들은 다시 몸 안으로 돌아온다.
青龍還吾肝,白虎還吾肺,朱雀還吾心,玄武還吾腎。黃龍鎮吾脾。
청룡 환오간, 백호 환오폐, 주작 환오심, 현무 환오신. 황룡 진오비.
청룡은 간으로, 백호는 폐로, 주작은 심장으로, 현무는 신장으로 돌아가고 황룡은 비장을 진정한다.
내보내고,
사방을 지키게 하고,
다시 몸 안으로 불러들인다.
오수주는 정적인 오행표가 아니라 몸 안의 군진을 출진시키고 귀환시키는 주문처럼 보인다.

오수주는 오행표가 아니라 몸의 진법이다
오수주가 흥미로운 까닭은 짧은 주문 안에 너무 많은 구조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 뼈대는 오래된 의학서에서도 보인다.
《황제내경(黃帝內經)》 「음양응상대론(陰陽應象大論)」은 동방의 목(木)을 간과 푸른색에, 남방의 화(火)를 심장과 붉은색에, 중앙의 토(土)를 비장과 누런색에, 서방의 금(金)을 폐와 흰색에, 북방의 수(水)를 신장과 검은색에 연결했다.
한 구절만 보면 이렇다.
在藏爲肝,在色爲蒼。
재장위간, 재색위창.
장에서는 간이 되고, 색에서는 푸름이 된다.
같은 문장이 심장과 붉은색, 비장과 누런색, 폐와 흰색, 신장과 검은색으로 이어진다.
간은 목(木)이고 청색이며, 청룡으로 선다.
폐는 금(金)이고 백색이며, 백호로 선다.
심장은 화(火)이고 적색이며, 주작으로 선다.
신장은 수(水)이고 흑색이며, 현무로 선다.
비장은 토(土)이고 황색이며, 황룡으로 선다.
이것은 단순한 암기표가 아니다.
오수주는 목·화·토·금·수의 통상적인 순서로 걷지 않는다.
먼저 왼쪽에 청룡을 세우고,
오른쪽에 백호를 세운다.
좌우가 만들어지면
앞에 주작을 놓고,
뒤에 현무를 놓는다.
마지막에 황룡이 가운데를 차지한다.
좌우를 세우고,
앞뒤를 막고,
중앙을 눌러 앉힌다.
오행을 설명하는 순서가 아니라, 사람의 몸을 중심으로 하나의 진을 완성하는 순서다.
오장, 오행, 오색, 오방, 오신수가 한꺼번에 움직인다.
몸 안의 장기가 색을 얻고, 색은 기운이 되고, 기운은 방향을 얻고, 방향은 신수의 형상으로 선다.
사주에서 오행은 시간의 구조를 읽는 언어다.
오수주에서 오행은 몸 안에 세우는 진법의 언어다.
사주표에서는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가 천간과 지지 속에서 흐른다.
오수주에서는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가 간·심·비·폐·신 속에서 일어나 청룡·주작·황룡·백호·현무로 펼쳐진다.
하나는 시간의 오행이고,
하나는 몸의 오행이다.
그래서 오수주는 사주풀이와 다른 길에 있지만, 오행의 말로 읽을수록 구조가 선명해진다.

좌청룡 우백호, 전주작 후현무
오수주의 배치는 익숙한 말과도 닿아 있다.
왼쪽에는 청룡이 서고,
오른쪽에는 백호가 선다.
앞에는 주작이 서고,
뒤에는 현무가 선다.
가운데에는 황룡이 자리한다.
이 배치는 풍수에서만 나온 말은 아니다.
《회남자(淮南子)》 「병략훈(兵略訓)」에는 이미 같은 사방의 군진이 적혀 있다.
左青龍,右白虎,前朱雀,後玄武。
좌청룡, 우백호, 전주작, 후현무.
왼쪽에는 청룡, 오른쪽에는 백호, 앞에는 주작, 뒤에는 현무.
처음에는 천문 방위와 군진의 질서를 세우는 말이었고, 후대에는 풍수의 산세와 집터를 읽는 말로도 내려왔다.
오수주는 그 넓은 사방의 질서를 다시 사람의 몸 안으로 옮겨 놓는다.
산과 들에 펼쳐졌던 청룡·백호·주작·현무가 이제 한 사람의 좌우와 앞뒤를 지키게 된 것이다.
청룡은 왼쪽의 생기다.
백호는 오른쪽의 제어다.
주작은 앞의 밝음이다.
현무는 뒤의 깊음이다.
황룡은 가운데의 중심이다.
이렇게 보면 오수주는 몸 안에 하나의 방위도를 그리는 일이다.
동서남북과 중앙이 몸 안에 들어오고, 몸 안의 오장은 다시 동서남북과 중앙으로 펼쳐진다. 몸은 더 이상 살과 뼈의 덩어리가 아니다. 몸은 하나의 작은 우주가 된다.
오행은 왜 신수의 형상을 얻었을까
오행은 추상적이다.
목, 화, 토, 금, 수라는 말만으로는 몸에 잘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옛 수련가들은 기운을 색으로 보았고, 방향으로 보았고, 짐승의 형상으로 보았다.
목의 푸른 기운은 청룡이 된다.
금의 흰 기운은 백호가 된다.
화의 붉은 기운은 주작이 된다.
수의 검은 기운은 현무가 된다.
토의 누런 기운은 황룡이 된다.
이것은 단순한 상상놀이가 아니다.
추상적인 기운을 몸으로 느끼기 위해 형상을 붙인 것이다.
도교 수련에서는 이런 방식을 존사(存思)라고 불렀다.
눈앞에 없는 것을 막연히 공상하는 일이 아니라, 몸 안의 신과 색과 형상을 마음속에 또렷하게 세우고 그 자리를 오래 지키는 수행이다.
보이지 않는 기운은 붙잡기 어렵지만,
푸른 용과 흰 호랑이는 마음속에 세울 수 있다.
사주풀이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갑목(甲木)을 큰 나무라 하고, 을목(乙木)을 풀과 넝쿨이라 하며, 병화(丙火)를 태양이라 하고, 정화(丁火)를 촛불이라 한다. 추상적인 오행을 삶의 이미지로 바꾸어야 비로소 해석이 살아난다.
오수주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는 간의 기운은 청룡이 되고,
보이지 않는 폐의 기운은 백호가 되며,
보이지 않는 심장의 기운은 주작이 되고,
보이지 않는 신장의 기운은 현무가 된다.
오행은 형상을 얻을 때 몸에 가까워진다.
그 형상이 바로 신수다.
차력주·강신주·축지주라는 이름들
오수주·삼극주·삼재주가 몸과 정신의 질서를 세우는 주문이라면, 선도의 다른 갈래에는 훨씬 더 기이한 이름들도 따라붙는다.
차력주,
강신주,
축지주.
계통에 따라 실제 주문 전문이 전해지는 경우도 있고, 법술의 이름처럼 희미하게 남는 경우도 있다.
차력은 힘을 빌리는 상상이다.
강신은 신명을 내리게 하는 상상이다.
축지는 땅을 줄여 걷는 상상이다.
이름만 들어도 작은 판타지 한 편이 열린다.

힘을 빌리고,
신을 내리게 하고,
먼 땅을 접어 한 걸음에 건너는 세계다.
실제로 어디까지 가능했는지를 떠나, 이름 자체가 보여 주는 상상력은 분명하다. 사람은 몸의 한계를 넘고 싶어 했다. 힘을 더 얻고 싶어 했고, 보이지 않는 존재와 통하고 싶어 했고, 먼 길을 단숨에 가고 싶어 했다.
사주 공부는 그 욕망을 직접 실현해 주는 공부가 아니다.
다만 인간이 시간과 기운 속에서 어떤 가능성과 한계를 갖는지 묻는다.
술수는 그 한계를 넘으려 하고,
명리는 그 한계를 읽으려 한다.
이 차이를 알고 보면, 좌도방의 이름들도 더 흥미롭게 보인다.
주문은 구조를 품은 소리다
오수주를 보면 주문이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말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목간중청기(木肝中靑氣).
금폐중백기(金肺中白氣).
화심중적기(火心中赤氣).
수신중흑기(水腎中黑氣).
토비중황기(土脾中黃氣).
각 구절은 오행 하나, 오장 하나, 색 하나, 출입 방향 하나, 신수 하나를 갖는다. 이것이 반복되며 다섯 방향을 완성한다.
이런 주문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일종의 압축된 도표다.
다만 종이에 그린 도표가 아니라, 입으로 외우고 몸으로 상상하는 도표다.
외우는 순간 도표는 소리가 되고, 소리는 호흡이 되며, 호흡은 몸의 감각을 건드린다.
그래서 주문은 구조를 품은 소리다.
사주표가 시간의 구조를 보여준다면,
오수주의 주문은 몸의 구조를 소리로 세운다.
둘 다 오행을 쓴다.
다만 하나는 읽고, 하나는 외운다.
3편을 닫으며
오수주는 짧은 주문 하나로 몸 안에 오방의 진법을 세운다.
간의 푸른 기운은 청룡이 되고,
폐의 흰 기운은 백호가 되며,
심장의 붉은 기운은 주작이 된다.
신장의 검은 기운은 현무가 되고,
비장의 누런 기운은 황룡이 되어 중심을 잡는다.
믿거나 말거나, 주문을 한 번 외우는 동안 사람의 몸은 이미 평범한 몸이 아니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옛 수련가들이 사람의 몸을 어떤 우주로 그렸는가 하는 장면이다.
그들에게 몸은 살과 뼈의 덩어리가 아니었다.
청룡이 일어나고, 백호가 지키며, 주작이 날고, 현무가 받치고, 황룡이 중심을 잡는 작은 우주였다.
믿거나 말거나, 오래된 주문에는 구조가 있다.
구조에는 의미가 있다.
의미에는 철학이 숨어 있다.
그 철학을 읽어내는 순간, 주문은 더 이상 괴이한 소리가 아니다.
시간과 몸과 하늘을 한데 묶어 보려 한 사람들의 오래된 문장이 된다.
더 읽어볼 거리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단학」, 「연단술」, 「용호비결」
-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대한제국기 무경 필사본 《츅제하는방법》: 오신주(五神呪)·오수주(五獸呪) 수록
- 《태청진인락명결(太清真人絡命訣)》: 먼저 오수를 마음에 세우고 오장의 신을 관하는 수련 구조
- 《태상노군침중경(太上老君枕中經)》: 청룡·백호·주작·현무를 몸 밖으로 내보내 지키게 하고 다시 오장으로 돌려보내는 주문
- 《황제내경(黃帝內經)》 「음양응상대론(陰陽應象大論)」의 오장·오행·오색 대응
- 《회남자(淮南子)》 「병략훈(兵略訓)」의 좌청룡·우백호·전주작·후현무
- 《봉우수단기(鳳宇修丹記)》: 오수주·삼극주·삼재주와 입산 수련자의 호신주 전승
- 《백두산족 단학지침》, 하동인 편저·권태훈 감수, 정신세계사, 1985
- 공개 오수주 전승 자료. 공개본 사이에는 수·화 순서와 토비중황기의 출처를 입·코로 달리 적는 차이가 있음
- 공개 삼재주 전승 자료. 두 번째 핵심구의
의의(疑議)·의의(擬議)등에 이문이 있음 - 명리의 천원·지원·인원과 삼재주의 천지인 구조: 두 체계가 공유하는 삼재·오행 관념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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