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궁 이름만 보면 거의 같은 체계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순서가 달라지면 서로 마주 보는 궁과 삼합으로 연결되는 궁도 달라집니다.
궁 이름의 뜻만 비교해서는 부족한 이유입니다.
명궁의 맞은편만 봐도 두 체계가 갈린다
열두 궁을 원처럼 놓으면 첫째 자리와 일곱째 자리는 서로 마주합니다.
명궁을 첫째로 놓으면 일곱째 궁이 명궁의 對宮(대궁)이 됩니다.
《사주첩경》에서는 일곱째가 妻妾宮(처첩궁)입니다.
命宮(명궁) ↔ 妻妾宮(처첩궁)
반면 《자미두수전서》에서는 일곱째가 遷移宮(천이궁)입니다.
命宮(명궁) ↔ 遷移宮(천이궁)
萬民英(만민영) 선생의 《星學大成(성학대성)》에도 명궁과 처첩궁이 마주하는 배열이 보이며,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습니다.[3]
妻妾敵體(처첩적체),與命宮對衝(여명궁대충)。
배우자를 자신과 짝을 이루어 마주하는 자리로 본다는 뜻입니다.
이 차이는 실제 풀이에서 중요합니다.
자미두수에 익숙한 사람이 ‘명궁의 대궁’이라고 생각하여 자동으로 천이궁을 떠올리면, 《사주첩경》의 십이안명에서는 다른 궁을 보게 됩니다. 같은 ‘대궁’이라는 말이라도 궁순서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명재관’도 모든 십이궁의 공통 공식은 아니다
자미두수를 조금 공부한 사람에게 命宮(명궁)·財帛宮(재백궁)·官祿宮(관록궁), 즉 命財官(명재관)은 익숙합니다.[2]
자미두수의 궁순서에서는 이 세 궁이 첫째·다섯째·아홉째에 놓여 삼합 관계를 이룹니다.
命宮(명궁)
↙ ↘
財帛宮(재백궁) 官祿宮(관록궁)
그런데 같은 첫째·다섯째·아홉째 자리를 《사주첩경》의 궁순서에서 찾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命宮(명궁)
↙ ↘
男女宮(남녀궁) 遷徙宮(천사궁)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차이입니다.
‘십이궁을 쓰니까 삼방도 당연히 명재관이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삼합이라는 지지의 위치 관계는 같아도, 그 자리에 어떤 생활 영역을 배정했느냐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렇다면 《사주첩경》에서는 명궁·남녀궁·천사궁을 자미두수의 명재관처럼 해석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해서도 곤란합니다.
지금 확인한 것은 위치 관계입니다. 해석법까지 자동으로 옮겨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미두수에서는 왜 명궁이 더 중심처럼 느껴질까
자미두수에서는 명궁을 정한 뒤 단순히 ‘명궁이라는 한 자리’를 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명궁 간지의 納音(납음)을 이용해 五行局(오행국)을 정하고, 태어난 날의 일수와 연결해 紫微星(자미성)의 위치를 잡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그 뒤 자미·천부 계열의 별들이 배치되고, 생년·생월·생시 등 다른 기준으로 정하는 여러 별도 명반에 놓입니다.[2]
명궁의 위치와 간지
↓
五行局(오행국)
│
└─ 태어난 날의 일수와 함께 계산
↓
紫微星(자미성)의 위치
↓
자미·천부 계열의 성요 배치
생년·생월·생시 등 다른 기준
↓
각 기준을 사용하는 다른 성요의 배치
이렇게 배치된 성요를 십이궁에서 함께 읽음
모든 별이 명궁 하나에서 계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명궁이 명반을 구성하고 해석하는 여러 계산이 만나는 중요한 중심 좌표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반면 《사주첩경》은 명궁을 구한 뒤 다시 원국으로 돌아옵니다.
명궁 간지가 원국의 필요한 기운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
명궁에서 십이궁을 펼쳤을 때 원국의 지지는 어느 궁에 해당하는가
그 지지의 왕약·합충·공망·귀인 등을 어떻게 참고할 것인가
즉 자미두수는 명반 위에 별을 배치해 읽는 체계, 《사주첩경》은 원래 사주를 궁위라는 또 하나의 좌표에서 겹쳐 읽는 체계라는 차이가 더 선명해집니다.
깊게 보기 ②|닮은 산법이 보인다고 같은 체계는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옛 자료로 거슬러 올라가면 경계가 조금 흐려진다는 것입니다.
《萬曆續道藏(만력속도장)》에 수록된 옛 《紫微斗數(자미두수)》의 十八飛星(십팔비성) 관련 대목에는 《사주첩경》과 매우 닮은 안명 산법이 보입니다.[4]
子(자)에 정월
↓
생월까지 역행
↓
그 자리에서 생시를 시작
↓
순행하여 卯(묘)가 닿는 지지를 찾음
↓
命宮(명궁)
이름뿐 아니라 산법의 구조도 닮은 대목이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두 가지를 구별해야 합니다.
첫째, 계산 구조가 닮았다는 것과 이석영 선생이 특정 문헌을 직접 저본으로 삼았다는 것은 같은 주장이 아닙니다.
둘째, 옛 자미계 자료에 비슷한 산법이 보인다고 해서 오늘날 자미두수의 실제 통변법과 《사주첩경》의 통변법이 같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같은 명궁이라는 이름 아래 여러 계산법과 궁 배열이 존재해 왔고, 각 체계는 자기 규칙에 따라 명궁을 사용해 왔다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명궁’이라는 이름보다 그 뒤의 질문이다
두 체계에서 공통으로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있습니다.
이 자리에 무엇이 놓여 있는가?
그 무엇은 다른 자리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
하지만 답을 찾는 방식은 다릅니다.
《사주첩경》
원국의 간지와 명리적 관계
↓
명궁·십이궁에 겹쳐 읽음
자미두수
성요와 궁위의 관계
↓
대궁·삼방사정·사화와 함께 읽음
그래서 같은 명궁이라는 이름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명궁이 어디에 있나?”보다 오히려 “이 체계는 명궁에 무엇을 놓고, 무엇과 연결해 읽는가?”입니다.
그 차이를 알고 나면 두 체계를 억지로 하나로 섞지 않으면서도, 왜 서로 익숙하게 느껴지는지는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출전과 참고
李錫暎(이석영) 선생, 《四柱捷徑(사주첩경)》, 한국역학교육학원, 2020년판, 권2. 명궁 기산 및 「十二安命福德宮法(십이안명복덕궁법)」.
《紫微斗數全書(자미두수전서)》 권2, 「安身命例(안신명례)」·「安十二宮例(안십이궁례)」·「起五行寅例(기오행인례)」 및 성요 배치 관련 조항. 원문 보기
萬民英(만민영) 선생, 《星學大成(성학대성)》 권4, 「星盤或問(성반혹문)」. 십이궁의 순서와 처첩궁·명궁의 대충 관계. 원문 보기
《萬曆續道藏(만력속도장)》 수록 《紫微斗數(자미두수)》의 十八飛星(십팔비성) 관련 구결과 안명 대목. 원문 보기
글쓴이: 夢遊(몽유) 카테고리: 명리한담 태그: 명궁, 십이궁, 자미두수, 사주첩경, 명재관, 삼방사정, 대궁, 성학대성, 명리공부 요약문: 사주명리와 자미두수는 모두 명궁과 십이궁을 쓰지만, 그 자리에 놓는 재료와 읽는 방식은 다르다. 관록궁 같은 생활의 질문부터 대궁·명재관·성요 배치까지 이어가며 두 체계의 차이를 계산보다 실제 읽는 차이가 먼저 보이도록 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