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리한담

지장간의 육친동거를 읽다 ②|함께 있는 육친을, 어떻게 통변할까

by 夢遊 2026. 9. 16.

지장간을 펼쳐 놓고 나면 뜻밖에 많은 이름이 보입니다. 재성도 있고 관성도 있으며, 인성까지 같은 자리에 들어 있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좋은 말을 여러 개 얻은 것 같아 반갑습니다.

재도 있고 관도 있다면, 돈과 직장이 함께 따라오는 것 아닐까?

그런데 이름을 아는 것과 풀이를 하는 것은 다릅니다. 같은 재성이 어떤 명조에서는 쓸 수 있는 재료가 되고, 다른 명조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관성도 그것을 받는 일간의 사정과 주변의 생극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1][2]

《四柱捷徑(사주첩경)》의 육친동거표가 흥미로운 이유는 좋은 이름을 많이 붙여 주기 때문이 아닙니다. 한 지지 안에 어떤 관계들이 모여 있는지 알려 주고, 그 관계를 다른 글자와 이어서 읽게 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동거’는 같은 자리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통변은 거기서부터 시작합니다. 그 기운들이 서로 어떻게 생하고 극하는지, 일간에게 필요한지, 다른 기둥과 만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따라가면서 비로소 하나의 풀이가 만들어집니다.

먼저 壬午(임오) 하나를 천천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장간을 펼치고 십신을 붙인 뒤, 그 관계가 일간에게 실제로 어떤 의미가 되는지까지 이어 보면 ‘동거표를 읽는 것’과 ‘통변하는 것’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재와 관이 함께 있다 — 임오일주의 돈과 책임

壬午(임오)를 보겠습니다. 일간은 임수이고, 일지 오화에는 丁(정)과 己(기)를 배속합니다. 임수에서 정화는 정재, 기토는 정관입니다.[1][2]

壬水(임수)를 기준으로

午(오)
 ├─ 丁火(정화) = 正財(정재)
 └─ 己土(기토) = 正官(정관)

두 장간 사이
丁火(정화) ─生(생)→ 己土(기토)

재성이 관성을 생하는 관계

재와 관이 같은 지지 안에 있습니다. 《사주첩경》의 財官同鄕(재관동향)이라는 이름이 가리키는 관계입니다. 萬民英(만민영) 선생의 《三命通會(삼명통회)》 「財官雙美(재관쌍미)」에서도 임오는 중요한 사례로 설명됩니다.[1][2]

생활의 비유로는 ‘수입이 생기면서 함께 늘어나는 책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작은 일을 혼자 할 때와 주문이 늘어 사람을 쓰기 시작할 때는 사정이 다릅니다. 수입이 늘면 좋은 점이 있지만, 약속한 납기와 품질, 다른 사람의 몫을 챙길 책임도 생깁니다. 재가 관을 생한다는 말을 무조건 좋은 일 두 개가 이어진다고만 읽지 않게 해 주는 장면입니다.

이는 생극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비유입니다. 임오일주라서 사업을 하거나 직원을 두게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명조에서는 먼저 임수가 이 재관을 감당할 수 있는지 살핍니다. 일간을 돕는 기운이 있고 관성이 필요한 조건이라면, 재성이 그 관성을 받쳐 주는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임수는 약한데 화와 토가 강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재가 관을 돕는 관계가 오히려 일간의 부담을 더하는지 살펴야 합니다. 재와 관이 함께 있다는 사실은 같아도, 풀이의 방향은 달라집니다.[2]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한 단계씩 적어 보면 더 분명합니다.

壬水 일간
   ↓
丁火는 내가 극하는 財
   ↓
己土는 나를 극하는 官
   ↓
丁火가 己土를 생함
   ↓
재가 관을 도와주는 길이 생김
   ↓
그런데 이 관계를 壬水가 감당할 힘이 있는가?

마지막 질문이 빠지면 ‘재생관’이라는 좋은 모양만 남습니다. 그러나 통변에서는 관계의 모양만 보지 않습니다. 그 관계를 감당하는 주체의 상태도 함께 봅니다. 돈이 생기면 책임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책임을 맡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까지 보아야 실제 이야기가 됩니다.

이때의 통변은 “돈도 많고 벼슬도 높다”보다 다음에 가깝습니다.

일지 안에 재와 관이 함께 있습니다. 재성이 관성을 돕는 관계이므로, 먼저 일간이 그 재관을 감당하는지 보아야 합니다. 감당할 힘이 있는지에 따라 그 연결의 쓰임이 달라집니다.

방금 한 일을 되짚어 보면 육친동거표를 읽는 순서도 자연스럽게 정리됩니다.

장간을 펼친다
        ↓
일간 기준의 정확한 십신을 붙인다
        ↓
장간 사이의 생극을 본다
        ↓
일간이 그 관계를 감당하거나 필요로 하는지 본다
        ↓
그 뒤에 재물·직업·가족 같은 생활 주제로 옮긴다

이 순서는 외워야 할 공식이라기보다, 표의 이름에서 현실의 이야기로 너무 빨리 뛰어가지 않게 해 주는 안전장치에 가깝습니다. 뒤의 경술·기축·을사도 같은 흐름으로 살펴보면 됩니다.

같은 재관을 가족관계로 읽으면

전통 육친법의 한 방식에서는 남명의 재성을 배우자, 정관과 편관을 묶은 관살을 자녀와 연결합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임오의 재관은 배우자와 자녀에 해당하는 관계가 같은 일지에 있다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여명에서는 관성을 배우자와 연결하므로 같은 재관이라도 사람의 대응이 달라집니다.[3]

그렇다고 재관동향만으로 배우자와 자녀가 반드시 한집에 살거나 사이가 좋다고 정할 수는 없습니다. 가족의 관계로 풀 때도 재관 각각의 힘과 그것이 도움이 되는지 부담이 되는지, 다른 기둥과의 연결을 살펴야 합니다. 한자 이름을 사람 이름으로 바꾸었다고 강약과 생극을 보는 과정이 생략되지는 않습니다.

관과 인성이 함께 있다 — 요구를 받는 것과 배울 길이 있는 것

庚戌(경술)의 일간은 경금입니다. 술토의 장간을 丁(정)·戊(무)·辛(신)으로 펼치면 경금에게 각각 정관·편인·겁재가 됩니다.[1]

庚金(경금)을 기준으로

戌(술)
 ├─ 丁火(정화) = 正官(정관)
 ├─ 戊土(무토) = 偏印(편인)
 └─ 辛金(신금) = 劫財(겁재)

생의 연결
丁火(정화) → 戊土(무토) → 庚金(경금)
  정관          편인          일간

《사주첩경》의 殺印同居(살인동거)에 해당하는 관살과 인성의 관계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름에는 살이 있지만 이 예의 정화는 정관입니다. 표의 큰 분류와 실제 십신을 구별해야 하는 대목입니다.[1]

새로운 일을 맡은 사람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해야 할 일과 지켜야 할 기준만 주어지고 배울 기회는 없다면 부담이 큽니다. 반면 그 일을 익힐 교육과 자료, 경험을 갖춘 사람의 지도가 함께 주어지면 같은 요구라도 받아들이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관성이 나를 제어하는 쪽이라면 인성은 나를 생하는 쪽입니다. 요구와 책임이 주어졌을 때 그것을 받아낼 배움과 도움이 있는가라는 비유로 두 관계를 가까이 느낄 수 있습니다.[3]

실제 명조에서는 인성이 관성의 기운을 받아 일간을 생할 수 있는지, 인성이 이미 지나치지는 않은지 등을 봅니다. 관과 인성이 같은 지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살인상생격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습니다. 동거는 함께 있는 재료를 찾는 말이고, 격의 성립은 원국 전체를 보는 판단입니다.

관인 관계를 초보자 눈높이에서 다시 쓰면 이렇습니다.

丁火가 庚金을 제어한다 → 관의 압박·규범
丁火가 戊土를 생한다 → 관의 기운이 인성으로 이어짐
戊土가 庚金을 생한다 → 인성이 일간을 받쳐 줌

따라서 ‘관이 있다’만 보면 요구와 제어가 먼저 보입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인성이 살아 있으면 그 요구를 받아들일 배움·준비·문서·보호의 통로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나 더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관인상생을 생활의 언어로 이해하는 한 방법입니다. 실제로 그런 통로가 충분한지는 월령과 전체 구조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2][3]

경술에는 신금의 겁재도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관과 인을 설명하려고 두 글자를 골랐을 뿐, 세 번째 장간을 없앤 것은 아닙니다. 풀이가 복잡해질 때일수록 ‘지금 어떤 관계를 골라 보고 있는가’를 분명히 하는 편이 좋습니다.

식상과 재성이 함께 있다 — 만든 것이 쓰임을 얻는가

己丑(기축)은 기토를 기준으로 봅니다. 축토의 己(기)는 비견, 辛(신)은 식신, 癸(계)는 편재입니다.[1]

己土(기토) → 辛金(신금) → 癸水(계수)
  비견          식신          편재

나와 같은 기운 → 내가 내어 놓는 기운 → 재성

세 관계가 함께 있는 이 일주는 《사주첩경》의 「身(신)·食神(식신)·財(재) 三者相愛同居(삼자상애동거) 四種表(사종표)」에 들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식신과 재성을 함께 보면 식상에서 재성으로 이어지는 관계를 읽을 수 있습니다.[1]

작은 공방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만든 물건이 있으며, 그 물건을 쓰려는 사람이 대가를 지불합니다. 자기 힘이 작업으로 나가고, 작업이 결과와 연결되는 모습입니다. 식상생재를 생활의 언어로 옮겨 볼 때 사용할 수 있는 비유입니다.[3]

하지만 솜씨가 있다는 것과 그 솜씨로 수입을 얻는 것은 같지 않습니다. 만들 체력이 부족할 수도 있고, 작업은 계속하는데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문이 많아져도 혼자 감당하지 못하면 일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할 수는 없습니다.

명조에서도 식상이 있다는 사실과 식상이 재성으로 유용하게 이어지는지를 따로 봅니다. 일간이 내어 줄 힘을 갖추었는지, 식상이 필요한지, 재성과 연결되는 조건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기축이라는 일주만으로 장사 재주나 수입을 확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식상생재를 실제 질문으로 바꾸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만들어 낼 힘이 있는가
        ↓
그 힘이 실제 표현·기술·생산으로 나오는가
        ↓
그 결과가 재성이라는 결과·교환으로 이어질 조건이 있는가
        ↓
그 과정을 일간이 오래 감당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말을 잘한다’는 표현 능력이 곧바로 수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표현을 필요로 하는 자리, 결과를 받아 주는 구조, 일을 계속할 힘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명리의 식상생재도 이처럼 관계 하나를 현실의 결과 하나로 곧장 바꾸지 않고 중간 조건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食神(식신)·妻財同樂(처재동락)이라는 이름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식상과 재성이 서로 이어지는 모습을 ‘함께 즐거워한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이름에 들어 있는 즐거움은 결과를 보증하는 말이 아닙니다. 두 관계가 어떤 조건에서 도움을 주는지 읽어야 그 이름이 풀이가 됩니다.

세 관계가 이어져도, 마찰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乙巳(을사)는 사화 안의 병화·무토·경금을 을목에서 바라봅니다. 그러면 상관·정재·정관이 됩니다.[1]

乙木(을목)을 기준으로

丙火(병화) → 戊土(무토) → 庚金(경금)
  상관          정재          정관

상관이 재를 생하고 재가 관을 생하는 길이 보입니다. 자신의 표현이나 생산이 재성과 연결되고, 다시 관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병화와 경금만 보면 화가 금을 극합니다. 상관과 정관이 같은 지지에 있다는 사실도 남아 있습니다. 가운데 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긴장이 저절로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1][3]

앞의 공방 비유를 조금 바꾸어 보면 쉽습니다. 만드는 사람은 새롭고 자유롭게 만들고 싶고, 주문한 쪽은 약속한 규격과 시간을 지키기를 바랍니다. 창의성과 기준이 맞물려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각자가 원하는 방향이 다르면 부딪칠 수도 있습니다. 매출이라는 공통 관심이 있다고 갈등이 자동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 장면을 을사일주의 운명이라고 붙이는 것이 아니라, 상생의 길과 상극의 길이 함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비유로 쓰는 것입니다.

따라서 을사를 보며 “상관이 관을 보았으니 흉하다”고 끝내는 것도, “재성이 가운데 있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끝내는 것도 성급합니다. 실제 풀이에서는 재성이 두 기운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일간과 다른 글자들의 사정은 어떤지 확인합니다.

같은 장간들을 펼쳤는데 좋은 이름도 나오고 긴장도 보입니다. 이것이 지장간을 관계로 읽는 이유입니다. 이름 하나를 고르는 것으로는 그 안의 사정을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동거’ 다음에는 다른 기둥과의 관계가 나온다

이석영 선생은 육친분석표 뒤에 「六親分析(육친분석)에 依(의)한 六親結合法(육친결합법)」을 둡니다. 먼저 어떤 육친이 일진에 암장되어 있는지 살핀 뒤, 그 일진과 다른 기둥의 결합을 읽는 설명으로 이어집니다.[4]

따라서 이 표는 이름만 맞추는 표로 끝나지 않습니다. 책에서는 실제 가족관계를 해석하는 데까지 사용합니다. 다만 여기서 한 번 멈출 필요는 있습니다. 책이 이런 방식으로 풀이했다는 것같은 표에 든 사람에게 언제나 같은 가족사가 나타난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원국으로 돌아갈 때 무엇을 더 살피는지, 기사일주에 다른 글자를 하나씩 놓아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래는 연결을 구별하기 위한 학습용 부분 예입니다. 한 사람의 완성된 명조도, 책의 개별 결합 단정을 그대로 옮긴 사례도 아닙니다.

다른 천간에 병화가 보인다면

기사일주의 사화 안에 있던 병화와 같은 글자가 천간에도 있습니다. 장간의 기운이 천간에 드러나는 것을 透干(투간) 또는 透出(투출)이라고 부릅니다.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는 ‘숨은 것이 밖으로 나온다’는 말이 너무 신비롭게 들릴 수 있습니다. 서랍 속에 있던 도구가 책상 위에 놓였다고 생각하면 조금 쉽습니다. 서랍 속에 있을 때도 도구는 존재하지만, 책상 위에 꺼내 놓이면 실제 작업에서 더 직접적으로 쓰이는지 살펴보기 쉬워집니다. 투출도 그런 드러남의 정도를 살피는 비유로 이해하면 됩니다.

다만 천간에 보였다고 무조건 강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절의 힘을 받는지, 뿌리가 있는지, 다른 천간과 합하거나 극하는지까지 함께 보아야 합니다.[3][5]

일지 巳(사)의 丙(병) = 정인
             │
             └─ 다른 기둥의 천간에도 丙(병)이 보임
                  → 인성의 투출을 함께 살핌

이때에는 ‘지장간에 인성이 있다’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드러난 인성이 어디에 자리하고 무엇의 도움을 받는지 봅니다. 원국에 필요한 생조인지, 이미 강한 인성이 더해지는지에 따라 읽는 방향이 달라집니다.[3][5]

어머니와의 관계를 물었다면 그 인성을 육친의 단서로 참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천간에 나왔다고 곧 어머니와 함께 살거나 어머니가 모든 일을 결정한다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천간에 경금이 보인다면

이번에는 사화 안의 경금과 같은 글자가 드러난 경우입니다. 기사일주에서 경금은 상관이므로, 밖으로 표현하고 생산하는 쪽을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화 안에 인성과 비겁과 식상이 있다는 기본 구조는 그대로입니다. 달라진 것은 그중 어느 관계가 천간에도 드러나 있는가 하는 조건입니다. 표현·생산의 작용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그 작용을 일간이 감당하는지, 다른 글자가 제어하거나 돕는지를 확인합니다. 같은 동거표에 들어가는 일주라도, 원국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같을 필요가 없습니다.[3][5]

다른 지지에 해수가 있다면

巳(사)와 亥(해)를 만나게 놓으면 巳亥沖(사해충)이라는 관계를 살피게 됩니다.[3]

이제 사화 안의 인성만 따로 보거나 상관만 따로 보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사화라는 지지가 다른 지지와 충하고 있으므로, 그 안의 여러 관계를 원국 전체와 함께 읽어야 합니다.

다만 충을 곧 ‘닫힌 문이 열려 장간이 모두 튀어나오는 일’로 외우면 곤란합니다. 충이 있다는 사실과 어느 기운이 얼마나 작용하는지, 그것을 어느 육친의 일로 읽을지는 서로 다른 판단입니다. 사해충이라는 두 글자만으로 어머니나 배우자의 건강·이별을 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나머지 기둥을 함께 놓으면 질문이 구체적으로 바뀝니다.

같은 지지 안에 어떤 관계들이 있는가
                  ↓
그 가운데 무엇이 천간에 드러났는가
                  ↓
계절과 다른 글자는 무엇을 돕거나 제어하는가
                  ↓
그 조건을 확인한 뒤 육친의 주제와 연결한다

동거표가 ‘누가 같은 자리에 있는지’를 보여 준다면, 다른 기둥과의 대조는 ‘그 관계가 어떤 사정에 놓이는지’를 묻게 합니다. 실제 통변에서는 이 두 번째 질문이 더 중요해집니다.

합이나 충을 볼 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 지지 하나가 충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 지지 전체의 관계가 흔들리는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지만, 그 사실만으로 장간 하나하나가 모두 같은 방식으로 현실 사건이 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사해충을 보고 다음처럼 한꺼번에 뛰어가면 중간 판단이 빠집니다.

巳亥沖이 있다
   ↓
巳 안에 인성이 있다
   ↓
어머니에게 반드시 사건이 생긴다  ← 너무 빠른 결론

조금 천천히 읽으면:

巳亥沖이 있다
   ↓
巳라는 자리가 원국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본다
   ↓
그 안의 丙·戊·庚 가운데 무엇이 실제로 힘을 얻고 있는지 본다
   ↓
그 관계를 인성·비겁·식상의 주제와 연결한다
   ↓
육친 문제로 읽을 근거가 충분한지 확인한다

가 됩니다. 충은 중요한 조건이지만, 사건명을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버튼은 아닙니다.

가족의 이름을 붙여도, 사람을 지워서는 안 된다

‘인성은 어머니’라는 대응을 배웠다고 해서 인성 하나만으로 어머니의 인격을 정할 수는 없습니다. ‘겁재는 형제’라는 이름만 보고 형제가 재산을 빼앗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육친의 이름은 명조에서 관계를 찾아보기 위한 전통적인 대응입니다. 실제 사람은 그 이름보다 훨씬 많은 사정 속에서 살아갑니다. 어떤 가족관계가 확인되었다면 그 사실과 풀이를 대조할 수 있지만, 확인하지 않은 가족사를 먼저 만들어 놓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서 ‘모아동거’를 읽을 때도 한집에 사느냐만 물을 필요는 없습니다. 인성이 실제로 도움으로 쓰이는지, 비겁이 그 생을 받을 수 있는지, 다른 관계가 끼어 있는지를 먼저 살핍니다. 그 뒤 가족의 도움이나 의존을 해석의 주제로 삼더라도, 생활에서 확인되는 사정과 맞추어 보아야 합니다.[3]

이석영 선생의 표는 장간에 적힌 이름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게 합니다. 하지만 표의 제목이 사람을 대신 설명하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관계를 읽는 일과 한 사람을 단정하는 일은 다릅니다.

표를 덮고 나면 남는 질문

임오에서는 재와 관을 함께 보았습니다. 경술에서는 관과 인성의 연결을 살폈고, 기축에서는 자기 힘과 생산, 재성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을사에서는 상생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관과 정관의 긴장도 남는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 일주들에 좋은 별명이나 나쁜 별명을 붙이기 위한 과정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자리에 모인 관계가 실제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보려는 과정입니다.

통변에 필요한 질문은 결국 간단한 말로 돌아옵니다.

무엇이 함께 있는가. 서로 무엇을 돕고 무엇을 제어하는가. 지금 이 명조에는 어느 쪽이 필요한가.

그 질문이 생기면 지장간은 더 이상 외워 두었다가 잊어버리는 작은 글자들이 아닙니다. 겉으로 하나였던 지지 안에서, 원국의 다른 글자들과 이어지는 여러 관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표에서 실제 통변으로 넘어갈 때

앞의 사례들을 한꺼번에 돌아보면, 결국 같은 질문을 조금씩 다른 자리에서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표를 실제 명조에 붙일 때 그 질문을 순서대로 놓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일간을 먼저 확인한다.
    십신의 모든 이름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2. 보고 싶은 지지의 장간을 펼친다.
    한 글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합니다.
  3. 각 장간의 정확한 십신을 적는다.
    표의 큰 분류명과 정인·편인, 식신·상관 같은 실제 십신을 구별합니다.
  4. 장간끼리의 생극을 따로 본다.
    서로 이어지는 생의 길이 있는지, 그 사이에 극이 함께 있는지 확인합니다.
  5. 월령과 원국 전체로 돌아간다.
    일간이 강한지 약한지, 그 관계가 필요한지, 천간에 무엇이 드러났는지, 다른 지지가 돕거나 충하는지 봅니다.
  6. 그 뒤에 육친의 생활 주제를 연결한다.
    배우자·부모·자녀·형제라는 이름을 붙일 때에는 성별에 따른 전통 대응과 실제 가족 상황을 함께 확인합니다.
  7. 마지막에 문장으로 만든다.
    ‘재관동향이니 부귀하다’처럼 표의 이름을 그대로 결론으로 쓰지 않고, 어떤 관계가 어떤 조건에서 도움이나 부담이 되는지 설명합니다.

이 순서를 거치면 육친동거표는 점괘처럼 한마디를 뽑는 표가 아니라, 지장간 안의 관계를 빠뜨리지 않고 점검하는 조견표로 쓰이게 됩니다.

실제 통변의 흐름은 여기까지가 중심입니다. 이제부터는 풀이에서 잠시 한 발 물러나, 《사주첩경》이 왜 26·13·4라는 숫자로 표를 묶었는지, 다섯 쌍과 다섯 삼자동거가 어떤 구조를 이루는지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겠습니다.


깊게 보기|동거표의 이름과 26·13·4

다섯 쌍의 이름은 무엇을 함께 보는가

두 관계를 묶은 표는 상생순환에서 서로 이어지는 범주에 해당합니다. 이름은 원래대로 읽되, 실제 일주의 장간에는 정확한 십신을 따로 붙입니다.[1]

《사주첩경》의 이름 함께 보는 관계 예에서 찾는 두 장간
殺印同居(살인동거) 관살과 인성 庚戌(경술)의 丁(정)·정관, 戊(무)·편인
財官同鄕(재관동향) 재성과 관살 壬午(임오)의 丁(정)·정재, 己(기)·정관
食神(식신)·妻財同樂(처재동락) 식상과 재성 甲戌(갑술)의 丁(정)·상관, 戊(무)·편재
母我同居(모아동거) 인성과 비겁 己巳(기사)의 丙(병)·정인, 戊(무)·겁재
我子愛鄕(아자애향) 비겁과 식상 戊戌(무술)의 戊(무)·비견, 辛(신)·상관

표에서 두 장간만 골라 썼다고 그 지지에 그 둘만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사일주처럼 세 관계가 함께 있는 경우에는 두 관계를 묻는 여러 표에 겹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세 관계가 함께 있는 다섯 모습

인성·비겁·식상·재성·관살은 다음의 생 관계로 이어집니다.

인성 → 비겁 → 식상 → 재성 → 관살 → 인성

《사주첩경》의 다섯 삼자동거는 이 순환에서 이어지는 세 범주를 함께 보는 묶음입니다. 실제 십신을 적으면 넓은 이름 안의 정편 차이도 보입니다.[1]

세 관계의 묶음 한 일주를 펼친 예 함께 살필 상극
인성·비겁·식상 己巳(기사): 丙(병)·정인 → 戊(무)·겁재 → 庚(경)·상관 인성이 식상을 극한다
비겁·식상·재성 己丑(기축): 己(기)·비견 → 辛(신)·식신 → 癸(계)·편재 비겁이 재성을 극한다
식상·재성·관살 乙巳(을사): 丙(병)·상관 → 戊(무)·정재 → 庚(경)·정관 식상이 관살을 극한다
재성·관살·인성 乙丑(을축): 己(기)·편재 → 辛(신)·편관 → 癸(계)·편인 재성이 인성을 극한다
관살·인성·비겁 癸丑(계축): 己(기)·편관 → 辛(신)·편인 → 癸(계)·비견 관살이 비겁을 극한다

이 표의 화살표는 생의 관계를 보여 줍니다. 실제 기운이 같은 세기로 흐른다거나, 상극의 문제가 이미 해결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또한 세 장간의 관계를 묶는 ‘삼자동거’와, 세 지지를 묶는 三合(삼합)은 다른 말입니다.

26·13·4는 사람 수나 길흉 점수가 아니다

《사주첩경》은 한 범주를 찾는 표, 두 범주를 함께 찾는 표, 세 범주를 함께 찾는 표를 각각 다섯 가지씩 제시합니다.[1]

표의 종류 무엇을 찾는가 각 표에 붙은 수
단일 범주 일지 장간에 인성·비겁·식상·재성·관살 중 특정 범주가 있는가 26종
두 범주 상생순환에서 이어지는 특정 두 범주가 함께 있는가 13종
세 범주 상생순환에서 이어지는 특정 세 범주가 함께 있는가 4종

이는 육십갑자 가운데 해당 조건에 들어가는 일주의 개수입니다. 한 일주에 인성만 있다거나, 가족이 스물여섯 명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같은 일주가 여러 표에 들어갈 수 있으므로 숫자를 모두 더해 일주 수로 삼을 수도 없습니다.

표의 수를 재현할 때에는 장간을 어디까지 포함하는지가 중요합니다. 寅(인)과 申(신)의 戊土(무토)를 세지 않는 계산모형에서는 26·13·4가 나오고, 다른 조건은 그대로 둔 채 그 무토를 더하면 28·15·6으로 달라집니다. 이 차이는 《사주첩경》 전권의 장간론을 단정하는 근거가 아니라, 이 표의 수를 설명할 때 밝혀야 할 계산 조건입니다.[6]

세 장간이 있는 지지라고 모두 같은 삼자동거에 들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辰(진)의 戊(무)·乙(을)·癸(계)는 토·목·수입니다. 물이 목을 생하는 길은 있지만 목은 토를 극하므로, 세 오행이 차례로 상생하는 모양은 아닙니다. 표에 실린 조합과 장간에서 가능한 모든 관계를 구별해야 합니다.

숫자의 세부 계산을 몰라도 임오의 재관이나 기사의 인·아·식은 펼쳐 볼 수 있습니다. 조견표는 그 관계를 빠르게 찾는 데 쓰고, 찾은 뒤에는 다시 전체 사주로 돌아가면 됩니다.

출전과 참고

  1. 李錫暎(이석영) 선생, 《四柱捷徑(사주첩경)》 권2, 「六甲六親分析表(육갑육친분석표)」의 단일 범주표·두 관계의 동거표·세 관계의 동거표에 붙은 표제와 해설. 넓은 분류명과 각 장간의 정확한 십신을 구별하여 읽었다.
  2. 萬民英(만민영) 선생, 《三命通會(삼명통회)》 권6 「財官雙美(재관쌍미)」. 해당 권.
  3. 朴珠鉉(박주현) 선생, 《왕초보사주학》 입문편 「육친의 연구」와 지지의 합충 설명, 연구편 「육친법」. 십신·생극·육친 대응과 희기 판단을 함께 살피는 설명. 생활 장면과 조건별 부분 예는 이러한 관계를 풀어 쓴 학습용 설명이다.
  4. 李錫暎(이석영) 선생, 《四柱捷徑(사주첩경)》 권2, 「六親分析(육친분석)에 依(의)한 六親結合法(육친결합법)」 도입부와 말미.
  5. 《淵海子平(연해자평)》 「喜忌篇(희기편)」의 잡기 주석에 나오는 투출·절기 설명, 陳素庵(진소암) 선생의 《精選命理約言(정선명리약언)》 권3 「雙美論(쌍미론)」. 희기편 원문·주석, 정선명리약언 공개본.
  6. 별첨 「26·13·4 계산재구성표」. 숫자는 명시한 장간모형에서 분류한 결과이며, 개별 명조의 길흉이나 육친 사건의 예측력을 나타내지 않는다.

글쓴이: 夢遊(몽유)
카테고리: 명리한담
태그: 지장간, 육친동거, 육친통변, 사주첩경, 재관동향, 살인동거, 식상생재, 육친결합, 명리공부
요약문: 임오의 재관, 경술의 관인, 기축의 비겁·식상·재성을 생활의 비유와 함께 풀어 본다. 장간의 동거를 찾은 뒤 투출·강약·다른 기둥의 관계를 어떻게 살피는지, 같은 이름이 왜 다른 풀이로 이어지는지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