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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잡상

천자풀이로 읽는 한래서왕(寒來暑往), 추수동장(秋收冬藏)

by 夢遊 2026. 7. 22.

오는 추위와 감춘 사랑

해와 달이 차고 기울고, 별자리까지 하늘에 펼쳐지고 나면 천자문은 계절로 내려온다.

한래서왕(寒來暑往), 추수동장(秋收冬藏).

추위가 오면 더위가 가고, 가을에는 거두며 겨울에는 간직한다.

천자풀이에서는 이 여덟 글자를 이렇게 풀었다.

부귀공명 꿈 밖이라
포의한사(布衣寒士) 찰 한(寒)

인생이 유수 같아
세월이 절로 올 래(來)

남방천리 불모지지
춘거하래(春去夏來) 더울 서(暑)

공맹안증(孔孟顔曾) 착한 도덕
수천만년 갈 왕(往)

금풍이 소슬하여
낙엽오동 가을 추(秋)

백발이 장차 오거드면
소년풍도 거둘 수(收)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강산 겨울 동(冬)

오매불망 우리 사랑
규중심처(閨中深處) 감출 장(藏)


추위와 더위를 말하던 노래가 부귀공명과 가난한 선비, 흐르는 세월과 백발로 옮겨간다.

마지막 감출 장에 이르면 겨울 곡식은 사라지고, 규중 깊은 곳에 숨은 춘향의 사랑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천자문은 사계절의 질서를 말하지만, 천자풀이는 그 계절 속에 사람의 형편과 욕망을 슬쩍 끼워 넣는다.

추위는 사람의 본성이 아니다

찰 한(寒)은 뜻밖에도 부귀공명에서 시작한다.

부귀공명 꿈 밖이라
포의한사 찰 한

포의한사는 벼슬하지 못하고 베옷을 입은 가난한 선비를 가리킨다.

부귀공명은 꿈 밖에 있고, 현실에는 얇은 옷과 차가운 방만 남아 있다. 여기서 한은 단순한 기온이 아니다. 사람이 놓인 형편이고, 아직 뜻을 펼칠 때를 얻지 못한 상태다.

명리에서 한난조습(寒暖燥濕)을 살피는 것도 온도계의 숫자를 재는 일이 아니다.

겨울의 나무가 얼어 있는지, 여름의 흙이 메말랐는지, 물이 지나치게 차가워 흐르지 못하는지, 불이 너무 성해 다른 기운이 설 곳을 잃었는지를 살핀다.

같은 갑목이라도 봄의 갑목과 겨울의 갑목은 다르다.

봄의 나무는 이미 땅을 밀어 올릴 기세를 얻었지만, 한겨울의 나무는 먼저 얼어붙은 땅을 풀어줄 온기를 기다릴 수 있다. 같은 병화도 겨울에는 얼음을 녹이는 불이 되지만, 여름에는 지나친 열기를 보탤 수 있다.

글자의 이름은 같아도 계절이 쓰임을 바꾼다.

그래서 명리에서는 월령(月令)을 먼저 살핀다.

월령은 어느 오행이 좋은지 나쁜지를 미리 정해주는 답안지가 아니다. 이 명조가 어떤 계절의 조건에서 출발했는지를 보여주는 바탕이다.

나무 한 그루를 보면서 봄인지 겨울인지 묻지 않는다면, 잎이 없는 까닭을 알 수 없다.

겨울나무가 앙상하다고 해서 본래 생명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추위 속에 있을 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때를 만나지 못한 모습을 그 사람의 본성으로 단정하기 쉽다. 말이 없으면 소극적이라 하고, 일이 풀리지 않으면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포의한사의 추위가 그 선비의 전부는 아니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얇을 뿐이다.

세월은 절로 온다

올 래(來)는 흐르는 세월과 함께 나온다.

인생이 유수 같아
세월이 절로 올 래

세월은 부르지 않아도 온다.

준비가 되었든 그렇지 않든 봄은 오고, 붙잡고 싶어도 여름은 간다. 사람은 시간을 기다리기도 하지만,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명리의 대운과 세운도 선택해서 맞이하는 손님은 아니다.

다만 같은 운이 모두에게 같은 모습으로 오는 것은 아니다.

봄비가 내리면 뿌리 깊은 나무는 가지를 뻗지만, 물 빠짐이 나쁜 땅은 진흙이 된다. 볕이 강해지면 익어가는 열매도 있고 먼저 말라버리는 풀도 있다.

운이 무엇을 가져오는지는 운의 글자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 기운을 받아들이는 원국의 구조와 계절, 이미 쌓여 있던 힘의 방향이 함께 작용한다.

재성운이 온다고 누구에게나 같은 재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현실적인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맡아야 할 일과 책임이 먼저 늘어날 수 있다.

관성운도 지위와 질서로 드러날 수 있고,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세월은 모두에게 절로 오지만, 같은 얼굴로 오지는 않는다.

물은 늘 아래로 흐르지만 땅의 모양에 따라 곧게 흐르기도 하고 굽이치기도 한다.

인생이 유수 같다는 말은 시간이 빠르다는 탄식만은 아니다.

흐르는 것은 같아도 물길은 저마다 다르다는 말로도 들린다.

오는 것과 가는 것

더울 서(暑)와 갈 왕(往)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계절의 왕래를 풀어낸다.

남방천리 불모지지
춘거하래 더울 서

공맹안증 착한 도덕
수천만년 갈 왕

사용한 사설의 한 이본에서는 공자·맹자·안자·증자의 도덕이 수천만 년 이어진다는 뜻으로 갈 왕을 풀었다. 김세종제 계열의 다른 사설에서는 “공부자의 착한 도덕, 기왕지사의 갈 왕”으로 부르기도 한다. 같은 글자를 놓고도 창자와 전승에 따라 전혀 다른 고사가 붙는다.

천자문의 한래서왕은 추위가 오고 더위가 물러나는 모습을 말한다.

《주역》 〈계사전〉에는 이보다 조금 더 긴 문장이 있다.

한왕즉서래(寒往則暑來)
서왕즉한래(暑往則寒來)
한서상추이세성언(寒暑相推而歲成焉)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고, 더위가 가면 추위가 오며, 추위와 더위가 서로 밀어 한 해를 이룬다는 뜻이다. 이어서 가는 것은 굽힘이고, 오는 것은 폄이라 하여, 굽힘과 폄이 서로 감응해 이로움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한쪽이 물러나야 다른 쪽이 들어온다.

겨울이 끝난다고 추위가 패배한 것은 아니다. 자기 몫을 마치고 다음 계절에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굽힌다고 언제나 힘을 잃은 것도 아니다.

자벌레는 몸을 굽혀야 다음 걸음을 뻗을 수 있고, 뱀은 겨울에 몸을 감춰야 봄까지 살아남는다.

명리에서 물러남을 곧바로 실패로 읽을 수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밖으로 일을 벌이던 사람이 어느 때에는 공부와 정리에 머물 수 있고, 사람을 만나던 시기에서 혼자 안을 채우는 시기로 들어갈 수도 있다.

겉으로는 움직임이 줄어든 것처럼 보여도, 다음 폄을 위한 굽힘일 수 있다.

반대로 운이 들어왔다고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아직 익지 않은 열매를 서둘러 따면 수확이 아니라 손실이 된다. 때가 왔다는 판단과 그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다른 문제다.

오는 운만 반기고 가는 운을 아쉬워하면 계절의 절반만 본다.

봄이 좋다고 봄에 머무르면 열매를 맺을 수 없고, 여름의 왕성함이 계속되면 곡식은 익기 전에 타버린다.

가을은 죽이는 계절인가

가을 추(秋)는 낙엽과 함께 나온다.

금풍이 소슬하여
낙엽오동 가을 추

금풍은 가을바람이다.

바람이 서늘해지고 오동잎이 떨어지면 만물이 쇠하는 모습부터 눈에 들어온다. 명리에서도 가을은 금(金)의 계절이며, 수렴과 숙살의 기운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가을을 죽이고 자르는 계절로만 보면 중요한 절반을 놓친다.

가을은 거두는 계절이다.

봄과 여름에 자란 것 가운데 열매가 된 것을 가려내고, 익은 곡식을 창고로 들이며, 다음 계절까지 남길 것을 정한다.

《사기》 〈태사공자서〉에는 “봄에는 생겨나고 여름에는 자라며, 가을에는 거두고 겨울에는 저장하는 것이 천도의 큰 법칙”이라고 했다.

거둔다는 것은 단순히 없애는 일이 아니다.

남길 것과 버릴 것을 나누는 일이다.

금의 기운도 그렇다.

목이 여러 방향으로 뻗어 가능성을 펼친다면, 금은 그 가운데 무엇을 남기고 어디에서 멈출지를 정한다.

결단과 경계는 차갑게 보이지만, 끝없이 늘어나는 것을 수습하는 힘이기도 하다.

식상이 생각과 표현을 쏟아놓는다면 재성은 그 가운데 현실에서 쓸 수 있는 것을 가려 결과로 만든다. 관성은 행동에 기준을 세우고,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을 구분한다.

시작하는 힘만큼 거두는 힘도 필요하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나무는 무성해 보이지만, 안쪽까지 햇빛이 들지 않아 열매가 제대로 익지 않을 수 있다.

금풍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은 나무가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겨울까지 끌고 갈 수 없는 것을 먼저 내려놓는 것이다.

소년풍도를 거두는 일

거둘 수(收)는 곡식보다 먼저 사람의 세월을 거둔다.

백발이 장차 오거드면
소년풍도 거둘 수

젊을 때에는 펼치는 일이 자연스럽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사람을 만나고,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느라 바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른 공부가 시작된다.

무엇을 더 벌일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묻게 된다.

천자풀이는 백발이 오면 소년풍도를 거둔다고 했다.

조금 쓸쓸한 말이지만, 거둔다는 것이 모두 잃는다는 뜻은 아니다.

가을에 곡식을 거두면 들판은 비어 보이지만, 창고는 채워진다.

밖으로 보이던 기세는 줄어들어도, 오래 쌓인 판단과 경험이 안에 남는다.

명리에서 왕쇠를 사람의 젊고 늙음과 곧바로 대응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생겨나고 자라며, 왕성해졌다가 거두고 저장하는 흐름은 한 사람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계속 펼치는 것만이 능력은 아니다.

끝맺을 줄 알고, 흩어진 것을 모으며, 이루지 못한 가능성 가운데 일부를 포기할 줄 아는 것도 힘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책을 더 사고 새로운 이론을 늘리는 시기가 있다면, 어느 때에는 이미 배운 것을 정리하고 서로 맞지 않는 이론을 구분해야 한다.

책장이 차는 것이 영(盈)이라면, 자기 문장으로 거두는 것은 수(收)다.

책은 계속 늘어나는데 판단은 선명해지지 않는다면, 아직 가을이 오지 않은 셈이다.

겨울은 비어 있지 않다

겨울 동(冬)은 눈 덮인 강산으로 나타난다.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강산 겨울 동

잎은 모두 떨어지고 산과 들은 눈에 덮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움직임도 소리도 줄어든다.

그러나 겨울은 텅 빈 계절이 아니다.

가을에 거둔 곡식을 저장하고, 씨앗을 지키며, 다음 봄에 쓸 힘을 아끼는 시간이다.

수(水)를 저장과 잠재의 기운으로 읽는 것도 이런 겨울의 모습과 닿아 있다.

물은 아래로 흐르고 낮은 곳에 모인다. 밖으로 크게 드러나기보다 안으로 스며들며, 생명의 바탕을 간직한다.

겨울에 모든 기운을 밖으로 써버리면 봄까지 남길 것이 없다.

그래서 감추고 머무른다.

명조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어떤 기운은 천간에 투출하여 바로 눈에 띄고, 어떤 기운은 지지 안에 머문다. 운에서 계기가 오기 전까지 조용히 저장된 채 때를 기다리는 글자도 있다.

다만 숨었다는 이유만으로 큰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다.

겨울 땅속에는 살아 있는 씨앗도 있고 썩은 뿌리도 있다. 지장간에 글자가 들어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세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계절의 도움을 받는지, 뿌리를 이었는지, 천간으로 나올 통로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살아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규중심처의 감출 장

마지막 감출 장(藏)에 이르면 천자풀이는 다시 몽룡의 속마음으로 돌아온다.

오매불망 우리 사랑
규중심처 감출 장

천자문의 장은 겨울에 곡식을 저장한다는 뜻이다.

천자풀이의 장은 규중 깊은 곳에 감춰둔 사랑이다.

밖으로 드러낼 수 없어 안에 간직한 마음과, 겨울을 견디기 위해 창고에 넣어둔 곡식이 같은 글자 안에서 만난다.

명리를 공부하는 사람은 장(藏)을 보면 지장간(地藏干)을 떠올린다.

지장간은 지지 안에 간직된 천간의 기운이다. 겉으로 바로 보이지 않지만 지지의 계절성과 내부 작용을 읽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렇다고 천자문의 감출 장이 지장간을 설명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두 말 모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이 안에 머문다는 같은 이미지를 지닌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말로 표현된 것보다 말하지 않은 것이 더 많고, 밖으로 드러난 행동 뒤에는 오래 쌓인 기억과 감정이 있다.

그러나 명조의 지장간을 보듯 사람의 속마음까지 훤히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지지 속 글자는 정해진 체계로 살필 수 있지만, 사람의 규중심처에는 표준 지장간표가 없다.

천자문은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저장한다고 했다.

천자풀이는 소년풍도를 거두고 사랑을 감춘다고 했다.

명리는 계절에 따라 기운이 펼쳐지고 물러나며, 드러난 것과 간직된 것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작용한다고 본다.

추위가 왔다고 모든 것이 죽은 것은 아니다.

더위가 갔다고 그동안 자란 것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가을에 거둔 것은 겨울에 감춰지고, 겨울에 감춘 것은 다음 봄을 기다린다.

다만 지장간은 들여다봐도 된다.

춘향의 규중심처까지 들여다보려 들면, 그때부터는 명리가 아니라 실례다.

참고 자료

  • 모보경·이상호, 「천자뒤풀이(자시으 생천)」 수록 사설. 이 창본에는 공맹안증 착한 도덕 수천만년 갈 왕, 금풍이 소슬허니 낙엽오동 가을 추로 전한다.
  • 국립국악원 국악사전, 「천자뒤풀이」. 김세종제 계열에서는 공부자 착한 도덕 기왕지사의 갈 왕, 상성이 추서방지의 초목이 황락 가을 추로 수록되어 있다.
  • 안숙선, 「천자 풀이」 수록 사설.
  • 《주역(周易)》 〈계사전 하(繫辭傳下)〉, 寒往則暑來 暑往則寒來 寒暑相推而歲成焉.
  • 《사기(史記)》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 春生夏長 秋收冬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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